전환기 맞은 인터넷업계,재도약을 모색한다

인터넷 대변혁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수익모델이 없는 인터넷업체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해지면서 활로모색을 위한 움직임이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새로운 어장확보를 위한 해외시장 진출 노력은 물론이고 국내에서의 자구노력 또한 부산하다. B2C에서 B2B로 사업전환과 함께 오프라인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또 무모한 회원확보보다 비즈니스모델을 중시하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따라 사업진출에 나서던 1차 변신에 이어 생존을 위한 2차 변신이 소리없이 진행되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업체들의 변신노력을 4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새로운 어장을 좇아

4월말, 황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중국 북경시내에 이방인이 나타났다. 3000리 먼 이국 땅에 간단한 봇짐 하나 메고 거리에 나섰다. 도시도 낯설고 사람들도 낯설다. 하다못해 음식도 마실 물도 마땅치 않다. 이미 서너 차례 방문한 곳이지만 올 때마다 낯설다. 그들에게는 해외진출이라는 꿈만이 작은 위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고기떼가 물러간 어장보다는 낯설지만 풍성한 고기떼가 있는 어장을 찾아나선 것이다. 그들의 어구는 간단하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패키지 몇 개와 팸플릿 몇 장이다. 또 하나 고기를 낚는 숙련도와 자신감이 유일한 도구다.

리눅스 기반의 인터넷 메일솔루션 업체 3R소프트 유병선 사장과 해외영업담당 이진혁 과장의 중국 입국은 이렇게 시작됐다. 깊은 잠에서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한 중국시장을 먼저 보기 위해서다. 공식적으로는 「컴덱스차이나2000」 참관이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 중국내 법인설립을 위한 탐색이 주목적이다.

『중국 시장은 아직 소프트웨어 시장이 아닙니다. PC와 네트워크 장비가 필요한 시장이죠. 인터넷에 대한 인식은 점점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시장 공략의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단독보다는 합작형태로 법인을 설립하고 당분간 투자는 감내해야 합니다.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간 진출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파트너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유 사장이 중국에서 5박6일간 70여명의 사람들을 만난 후 내린 결론이다.

▲서비스와 정성도 수출한다

사이버아파트 솔루션 공급업체인 인터빌리지(대표 오익균)는 이달 중순 태국과 1000만달러 수출계약을 맺었다. 태국 럭슬리그룹의 계열사인 네트원이 방콕시내 5만 가구에 인터넷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계획에 따라 수출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맺은 계약이다. IT후진국이라고 해서 결코 만만하게 볼 시장은 없다. 인터빌리지 역시 인맥과 기술력, 수차례의 데모를 통해 가까스로 얻은 결과다. 수출금액이 1000만달러를 넘어섰으니 대형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인터빌리지는 앞으로 이 시장을 더욱 기대하고 있다. 이달 중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다시 보따리를 싸고 있다.

이 회사 오익균 사장은 『동남아 각국은 인터넷의 발전에 대해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정책결정이나 솔루션 수입에 있어서 최근의 한국 동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인터넷 발전방향과 대책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수출에 유리합니다. 한번 수출로 끝낼 시장이 아니므로 사후 서비스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인터넷 수출은 문화와 지식을 파는 것이므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무리 인터넷기술이 우위에 있다 하더라도 해외시장은 배타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더 이상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서로 몸을 부비기보다는 어렵지만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당장의 매출에도 도움이 되고 미래 발전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성숙한 시장은 파고들 여지가 없다. 초기 시장부터 파트너로 함께 발전한다면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다.

▲인터넷업계 「제2의 변신」

이같은 생각을 가진 업체는 많다. 인터넷 웹브라우저 업체인 CCR(대표 윤석호)는 일본에 맞춤 브라우저로 진출했다. 소프트뱅크커머스와 맥도널드재팬에 1000만달러가 넘는 수출을 일궈냈다. 최근에는 무선 인터넷 솔루션으로 다시 일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인터넷서비스업체인 인츠닷컴은 북경 신성시공유한공사와 합작으로 중국법인을 설립했으며 인터넷카드 서비스업체인 레떼컴도 중국내 법인을 설립했다. 한글과컴퓨터는 리눅스 기반의 중국어 워드프로세서 「문걸」로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는 중국의 광명그룹과 합작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전자상거래 솔루션업체인 이네트는 일본과 미국법인을 설립했으며 3D솔루션 업체인 휴먼드림은 일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제 인터넷시장은 해외입니다. 최소한 아시아 시장만큼은 한국이 주도해야 합니다. IT강국으로 세계화를 이끄는 주역이 돼야 합니다.』 인터넷업계의 「제2변신」이 싹트고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