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본격 도입 지연 불가피

전자화폐 도입을 추진하던 기관들이 관련 기술 및 제품 개발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전자화폐 도입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화폐 출시에 맞춰 관련 사업을 진행하던 IC카드 및 단말기 제조업체와 금융권 등 관련 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몬덱스」 「비자캐시」(가칭) 「K-캐시」(금융결제원) 등 3개 전자화폐서비스가 단말기 등 핵심 관련 제품의 개발이 늦어져 각 추진기관별로 올상반기로 예정됐던 당초 출시시기가 하반기나 내년 이후로 지연될 전망이다.

몬덱스는 당초 4월을 기점으로 한양대·코엑스·제주도 등 3곳에서 전자화폐 시범사업을 실시, 전자화폐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한양대 프로젝트의 경우 발권은행이 국민은행에서 조흥은행으로 바뀌면서 모든 시스템 개발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빨라야 내년 초에나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몬덱스는 또 5월 삼성동 ASEM 회관 오픈과 함께 선보이기로 했던 코엑스 프로젝트가 단말기를 공급하기로 했던 경덕전자에서 핵심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개발일정에 차질이 생겨 외국제품을 들여오기로 했다. 이 때문에 5월 말께 선보이기로 했던 제주도 관광카드 프로젝트도 8월께로 순연됐다.

비자캐시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전자화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던 비자코리아는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삼성·SK·롯데 등 대기업 계열사들간의 협의가 늦어져 현재 법인 설립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비자는 이에 따라 당초 공동전자화폐규격(CEPS) 표준에 맞춘 시스템 개발때까지 싱가포르에서 사용하고 있는 「네츠(nets)」를 들여와 추진하기로 했던 시범서비스 시기마저 불투명하다.

한국형 전자화폐를 표방한 「K-캐시」 출시를 준비중인 금융결제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결원은 지난해 말로 계획했던 시범사업시기를 지난 3월로 연기한데 이어 다시 7월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실무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으나 오히려 실무자 교체로 인해 업무의 연속성만 무너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는 『현행 법규상 아직까지 전자상품권인지 전자화폐인지 개념조차 서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서로 다른 표준을 채택하고 있는 교통카드 등 전자화폐 인프라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자칫 산업자체의 기형적인 발전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