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09) 벤처기업

IMF<27>

『한국에 IMF가 닥쳐서 상가가 철시하고 사람들은 위축되었을 것으로 상상했는데, 와서 보니까 멀쩡하군요. 무엇보다 유흥가는 여전히 흥청거리는 인상을 줍니다.』

『유흥가도 손님이 없다고 합니다. 이곳도 전 같으면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저쪽에 한 팀을 빼고 겨우 우리 팀이 전부잖습니까.』

유흥가의 모습이 내 책임이라도 되는 것 같이 변명을 하였다.

『기죽은 상태가 이 정도면 전엔 얼마나 흥청거렸을까.』

류 총재가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 비꼬는 어투로 들리기도 하였다. 그럭저럭 자정이 넘어가자 기대했던 쇼가 진행되었다. 무대 조명이 흐려지더니 한 여자가 나와서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그냥 벗는 것이 아니라 남자 손님 중에 한 명을 골라서 무대 위로 올라가게 하였다. 지적을 받은 사람이 나가지 않으려고 해서 여자의 시선이 우리쪽으로 향해졌다. 그러자 늙은 부총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나갔다. 왕씨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처럼 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우리쪽을 향해 한 팔을 들어보였다. 가까이 다가왔을 때 보니 여자는 눈 가장자리에 주름이 가득한 늙은 여자였다. 그녀는 왕씨와 가위바위보를 하였다. 지는 사람이 옷을 하나씩 벗는 게임이었다. 가위바위보를 하면 지고 이기는 확률이 비슷하기 때문에 무대로 나간 손님과 여자가 거의 옷을 벗게 되는 것이다. 여자는 입고 있는 옷이 여러 겹이어서 벗고 벗어도 알몸이 나오지 않았다. 여자가 나체가 되기 전에 왕씨가 팬티마저 벗었다. 그의 사타구니에 조명이 비쳐지자 그도 계면쩍었는지 다리를 오므리면서 몸을 수그렸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가 팬티마저 벗고 더 이상 벗을 옷이 없자 가위바위보 하던 것을 멈추었다. 여자는 옷을 훌렁 벗고 무대로 나와서 옷 벗는 용기를 보여준 왕씨에게 자신의 그것을 만져볼 수 있는 혜택을 주었다.

왕씨는 여자의 젖가슴과 사타구니를 만져 보았으나 별다른 감흥이 없는지 히죽 웃기만 하였다. 여자는 물수건을 꺼내 남자의 손을 닦아 주었다. 가위바위보 게임이 끝나고 나서 이번에는 다른 여자가 이상한 물건을 들고 무대로 나왔다. 언뜻 뱀장어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는 모조 남성기였다. 그것을 들고 나와서 입에 물고 빨기도 하고 그것을 아래에 넣고 자위하는 몸짓을 했다. 여자는 전혀 흥분되지 않았음에도 신음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는데 그것이 매우 어색하고 유치해서 보기 민망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온 손님들은 눈을 반짝이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