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에 이르는 슈퍼컴퓨터 없이도 인터넷상 여러 대의 PC를 연결해 복잡한 공학문제를 간단하게 풀어낼 수 있는 PC기반 고정밀 슈퍼컴퓨팅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서울대학교 초대형구조해석연구실 김승조 교수(항공우주공학과)팀은 2일 인터넷상에 연결된 개인용 PC의 계산능력을 모아 최대 400만개의 미지수가 포함된 복잡한 공학문제를 단숨에 풀 수 있는 「병렬 수치해석 프로그램」을 개발, 지금까지 대형 슈퍼컴퓨터에서나 가능했던 공학문제를 PC급에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관련기사 5면
김 교수팀이 개발한 병렬 수치해석 프로그램은 계산능력이 강력해지고 있는 PC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연결, 고정밀도의 설계해석을 필요로 하는 항공기나 건물구조물의 제품설계를 가능토록 하는 PC급 인터넷 슈퍼컴퓨팅 기술이다.
연구팀은 여러 곳에 분산된 64대의 PC(모델명 InterSup I)를 이용해 400만개의 미지수를 인터넷 병렬슈퍼컴퓨팅 소프트웨어 알고리듬 기술을 활용, 20시간 만에 해석하는 데 성공, 오는 10월 미국 댈러스에서 열리는 슈퍼컴퓨팅 콘퍼런스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이에 앞서 2개 건물에 산재한 32대의 PC를 이용해 270만개의 미지수를 갖는 공학문제를 해석하는 데 성공했으며, 지난달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41회 SDM콘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인터넷 PC 슈퍼컴퓨팅 기술은 PC 사용자가 퇴근하면 PC를 네트워크 기능이 우수한 리눅스 운용체계로 전환, 슈퍼컴퓨팅 작업이 필요한 연구원들이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후 병렬 수치해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석하려는 문제를 병렬화가 가능하도록 분할한 다음 동원된 컴퓨터 용량에 맞도록 계산량을 적절히 할당해 병렬계산을 수행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존 계산기술을 이용해 400만개의 미지수를 가진 공학문제를 풀 경우 최소한 100G의 주기억용량이 필요하고 약 125테라(조)회 정도의 부동소수점 계산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400만개의 미지수를 가진 공학문제에 대해 인터넷에 연결된 PC를 사용할 경우 초기 입력데이터가 100MB 정도이고 각각의 PC가 임시로 사용하는 하드디스크 총량은 90∼100GB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연구팀 김승조 교수는 『펜티엄 166㎒급 PC 8대를 사용, 개발된 병렬 수치해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30만개의 미지수를 가진 구조물 해석이 가능했다』고 말하고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2∼3년 만에 버려지는 PC도 네트워크를 형성해 계산에 참여할 수 있어 PC의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 이내에 인터넷을 활용해 최대 1000대를 연결, 1억개의 미지수를 해석해낼 수 있는 PC 가상슈퍼컴퓨팅 환경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된 슈퍼컴퓨팅 기술은 항공기·인공위성·로켓 등 대형복합시스템을 정밀 설계·해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물의 균열예측이나 손상 등을 진단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특히 병렬 수치해석 프로그램의 핵심기술인 연립방정식 분산병렬화 알고리듬은 자원탐사, 전자기장해석, 정밀진동해석, 고정밀 충돌해석, 고정밀 비선형해석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