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10) 벤처기업

IMF<28>

비즈니스 활동을 하면서 거래처 사람을 접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본의 아니게 이상한 상황에 돌입하기도 한다. 그것이 이상하다면 이상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과 친해지려면 함께 같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사우나를 하면서 벌거벗고 마주 대하고 같이 술을 마시고 같이 오입을 하는 일이다. 나는 주로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사우나를 하고 같이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완수하지만 같이 오입을 하는 일은 하지 못했다. 저번에 유림 회장의 경우처럼 더러는 포주가 되기도 하였으나 그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접대하는 일은 임직원에게 맡길 때가 있다. 주로 영업부장에게 맡겨서 대접하는 것이었으나 상대방에 따라서 최고 경영자와 어울리기를 원하기도 한다. 아마 거의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한다. 때로는 식사를 같이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며 더러는 골프 등의 스케줄을 만들어 초청하는 것이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기술실에 앉아서 연구하던 일이 나에게서 사라지고 언제부터인가 나는 대인 관계 접촉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연구하는 일 이상으로 고달프고 힘든 일이었다.

나는 거의 대접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대접을 받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때는 연구실장이나 영업부장 혹은 총무이사를 보낸다. 나를 대접한 것이나 같으니 부하 직원을 대접하라는 말을 하면서 빠지게 된다. 실제 시간이 모자라기도 했지만 나는 접대를 받기보다 대접하는 일에 숙달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방향에 달인이 되어 갔던 것이다.

내가 하얼빈에 갈 때마다 항상 대접을 받은 일이 있어 나는 만토집단 사람들이 왔을 때 전력을 다해서 대접했다. 무엇보다 모든 시간을 그들에게 맞춰서 행동했다. 회사의 결재와 사람 만나는 일까지 보류하였다. 그들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만족스럽게 대접을 받았다고 해서 일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었다.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기본적인 합의는 되었으나 그해 여름이 가도록 일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것은 합작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누가 갖느냐는 문제가 대두되면서 해결점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기술 용역에 대해서는 경험이 있는 내가 경영권을 갖는 것이 옳았으나 만토집단의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하는 사업은 자기들이 갖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이었다. 양쪽 의견이 타당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