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확산되는 수입규제 대책마련 시급하다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전방위 수입규제 압력이 심화되면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선 우리 제품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수입을 규제해 온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인도·남아공·중국 등 개도국들도 경제난 타개와 자국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1·4분기가 지나면서 우리가 목표로 했던 경상수지 120억달러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처럼 사태가 악화되자 정부가 나서 기업의 수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수입규제 파고를 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그동안 세계 각국의 전방위 수입규제 압력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오던 우리 정부의 자세도 전향적으로 돌아섰다.

최근 정부가 WTO로부터 국산 D램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조치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이끌어내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또 인천신공항 건설과 관련, 정부조달협정(GPA) 위반을 주장하는 미국과의 분쟁에서 무혐의를 인정받은 것도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일궈낸 가시적인 성과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3월말 현재 수입규제를 받거나 조사를 받는 우리 제품이 23개국 96건이라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9건으로 가장 많고 EU 12건, 인도 14건, 남아공 9건 등이며 유형별로는 반덤핑 관세가 77건으로 가장 많으며 반덤핑·상계관세 동시부과가 6건, 세이프가드가 13건이라고 한다.

올 들어 더욱 심화된 것은 지난 3월말 현재 53건인 개도국의 수입규제다. KOTRA는 우리의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것은 개도국의 수입규제 압력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할 정도다.

이처럼 개도국이 수입규제에 적극적인 것은 자국산업 보호와 수입억제를 통한 무역수지 개선 등 자국 보호주의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도국의 수입규제 조치는 해당국의 정부구조 특성상 사전 정보입수가 어렵고 물량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더욱 대처하기가 어렵다.

최근 또 하나의 특징은 대기업 제품보다는 중소기업 제품이 주요 타깃으로 등장했다는 것.

3월말 현재 전체 수입규제 제품 중 중소기업 제품이 41%가 넘어서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은 개도국의 수입규제조치 강화와 맞물려 우리 제품의 세계시장 공략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의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대부분 개도국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생활용품 및 주방용품에서 전기·전자제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도국까지 우리 제품에 대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나서자 적극적인 통상정책와 함께 피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등 양면전략을 통한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자부내의 무역위원회는 최근 전문가를 추가 배치하는 등 상시 가동체제로 전환하고 기업들의 수입규제 압력을 사전 예방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수입규제를 받고 있는 기업에는 변호사 선임비의 3분의 2를 지원하는 한편 전문가를 파견, 현장에서 직접 자문을 해주고 있다.

KOTRA도 전세계 무역관을 통해 우리 제품의 수입규제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 정부와 업계에 제공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반덤핑 등 수입규제조치는 실제 긍정판정이 내리기 전에도 제소행위 자체가 수출 위축효과를 가져와 제품 이미지 손상, 수입처의 수입기피 현상이 확산된다.

따라서 제소된 후 대처방안보다는 사전 정보입수, 특정 지역으로 특정 제품 수출이 집중되지 않도록 수출물량 조절 등 철저한 사전대응이 요구된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