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디지털 기업문화의 정립

서평원 LG정보통신 대표이사

인터넷·디지털·벤처. 21세기에 접어들 즈음부터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들이다. 인터넷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정보통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 역시 디지털로의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며 본격적인 디지털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또한 기업의 패러다임도 대기업 위주에서 탈피해 벤처의 장점을 결합하는 형태로 진보하고 있다.

세 단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 혁신적이라는 것, 그리고 개방성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통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이 만들어 낸 산물이며 21세기에 공통적으로 지향되어야 할 시대적 가치라고도 할 수 있다.

가치는 같은 시대에 같은 집단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사고와 행동의 판단기준이고 이러한 가치들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것이 문화다. 때문에 가치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 기업의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며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가치가 있게 마련인데 그러한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을 기업문화라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각기 다른 고유의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끊임없이 보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기업문화라는 것은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변화가 매우 어려운 까닭에 자칫하면 정체되기 쉽고 외부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유연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조적인 기업문화로의 변신을 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디지털로 특징지워지는 21세기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업문화, 즉 디지털 기업문화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디지털시대의 기업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기업 내부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신속한 정보공유가 어렵다. 더욱이 구성원뿐만 아니라 조직 단위별로 보이지 않는 불신과 벽이 생기게 되고 결국 균열이 심해지면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기업내의 나쁜 소식은 빨리 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기업의 경우는 거대한 몸집 때문에 내부의 문제점을 빨리 파악하지 못하면 개선과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은 서류 같은 과거의 방식이 아닌 e메일이나 사내 인트라넷 등을 이용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주변환경은 디지털화되어 가는데 이를 활용하여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은 퇴보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업문화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개방성(openness)이다. 닫힌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열린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구나 디지털시대의 기업은 구태의연한 과거에 집착해서는 안되며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환경에 맞게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한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물론 획일화된 복장이나 틀에 박힌 형식과 구습은 과감하게 타파함으로써 기업 자체가 하나의 열린 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향상시키는 한편 미래지향적인 사업전개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벤처기업이다. 일부 대기업에서 내부 조직을 벤처형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디지털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되고 이를 통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면 기업은 하나의 커뮤니티(community)로 자리잡게 되고 결국 온 라인(on line)과 오프 라인(off line)을 망라하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기업문화가 뿌리내리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