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시장 위축

올 들어 그칠줄 모르고 성장을 거듭해온 컴퓨터산업의 성장세가 CPU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들어 한풀 꺾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월 이후 PC나 프린터, 모니터 등 주변기기 판매가 지난 3월에 비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 정도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평균 50% 정도 늘어난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만큼 올초 컴퓨터시장이 좋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4월 이후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4월이 비수기로 접어드는 시점이라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컴퓨터시장의 라이프사이클이 1·4분기에는 호조를 보이다가 2·4분기에 잠시 주춤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올초 기업들이나 개인의 컴퓨터 구입이 급증해 4월 이후에도 시장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4월 들어 심화되기 시작한 CPU 공급난이 국내 컴퓨터 시장을 위축시킨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CPU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원하는 만큼 PC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컴퓨터업체는 4월 들어 미 인텔에서 CPU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왔다.

특히 공급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CPU 대부분이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펜티엄Ⅲ 600㎒로 실제 컴퓨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다.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 등 대기업들마저 생산 계획량의 60% 정도의 CPU만 공급받는 상황에서 당연히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당장 PC를 구매하기 원하는 수요자들마저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구입을 뒤로 미루기 시작하면서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것은 업계가 신규 수요는 물론 대체수요까지 놓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대기수요로 몰리고 있는 PC구매 희망자가 과연 언제쯤 실제로 구매할 것인가가 업계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210만대 수준이었던 시장이 올해는 최하 350만대에서 380만대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CPU 공급난이 지속돼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PC 시장 위축은 대부분 번들로 함께 공급되고 있는 모니터나 하드디스크, 프린터 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1·4분기 정보통신기기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성장률을 보였던 프린터도 4월 들어서는 3월에 비해 2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모니터나 HDD도 판매가 위축되기 시작한 것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4월 들어 PC와 주변기기 판매실적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올초 컴퓨터 관련 시장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강도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말까지만 하더라도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했던 국내 컴퓨터업계가 CPU 공급난이라는 돌출변수로 인한 하강세를 어떻게 다시 상승세로 돌릴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