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PP의 승인으로 국내 방송 시장은 지상파·케이블TV 등 방송사업자간 전면적인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케이블TV PP와 신규 PP간에 한판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며 올 하반기 위성방송 사업자가 선정되면 이 같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틀림없다. 여기다 내년부터는 PP가 현재의 승인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된다.
이 같은 경쟁 상황은 단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결코 아니다. 필리핀·싱가포르·대만 등 동남아지역의 국가에서도 방송사업자간 경쟁체제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 그리고 새로 방송시장에 진입하려는 DTH 서비스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방송동향과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방송 시장을 조망해 본다. 편집자
▲필리핀
필리핀의 다채널 방송사업은 지상파 방송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 필리핀에는 7개의 VHF 네트워크와 많은 수의 UHF 채널들이 있다. 이 중에서 ABC 5, GMA 7 등은 민간 소유며, ABS-CBN 2가 유일한 공영 네트워크다. ABS-CBN이 가장 큰 규모며 그 뒤를 이어 GMA 7과 RPN 9 등 방송사업자가 있다.
필리핀의 지상파 방송 시장은 몇몇 메이저 방송사들이 시청자 점유율(share of audience)과 광고 수익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다. 이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ABS-CBN과 GMA네트웍스 등이다.
먼저 ABS-CBN은 필리핀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방송사로 99년에는 대략 62%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모기업은 로페스 그룹이다. 로페스 그룹은 이외에도 VHF, UHF 텔레비전과 라디오·케이블 텔레비전·DTH·영화제작사 등을 소유하고 있다.
ABS-CBN의 뒤를 잇는 기업은 GMA네트웍스다. 이 방송사는 VHF 지상파 네트워크인 채널 7, UHF 채널인 시티넷 TV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의 케이블 방송계는 소수의 메이저 방송사와 수백개의 중소규모 방송사로 구성되어 있다. 등록된 케이블 방송사는 764개지만 비등록 방송사를 합하면 전국적으로 약 950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에서 메이저 케이블 방송사로는 스카이 케이블(Sky Cable), 필리핀 홈 케이블(Philippine Home Cable), 데스티니 케이블(Destiny Cable) 등이 있다. 현재 필리핀의 케이블 방송업계에는 기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합병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케이블 방송사인 스카이 케이블은 지난 수개월 동안 세부 케이블(Cebu Cable), 노스와이어 앤 케이블 텔레컴(Northwire and Cable Telecom) 등과 합병하였으며, 앞으로도 3개 정도를 더 합병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카이 케이블 이외의 메이저 케이블 운영기업으로는 필리핀 홈 케이블과 데스티니 케이블 등이 있다. 필리핀 홈 케이블은 99년 말 현재 마닐라에 15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방송사는 종합 멀티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목표로 하는 PLDT(통신사업자)가 인터넷과 비디오 데이터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 99년 6월 인수하였다. PLDT는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통신회사인 인포컴(Infocom)의 지분을 69.2%에서 100%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PLDT는 필리핀 전역의 고정전화(fixed phone) 라인의 76%를 보유하고 있다.
데스티니 케이블은 99년 8월 현재 약 5만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방송사는 업계 최초로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할 것을 밝혔다.
한편 필리핀에서 케이블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보급되어 있을 뿐, 도서 지역과 지방에는 보급이 미비하다.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의 DTH 서비스 이용자는 30만에서 110만까지 추정되고 있다.
필리핀의 DTH 서비스 사업은 토머스 텔레시스가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이 회사는 15개 채널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HBO 아시아, ESPN/STAR 스포츠, 내셔널 지오그래픽, CNNI와 양방향 서비스, PPV 등의 서비스들이 포함되어 있다.
텔레시스 외에도 데스티니 케이블이 90∼100여개의 채널로 구성된 DTH 서비스를 2000년 중반에서 2001년 사이에 실시할 예정으로 있다.
▲싱가포르
싱가포르의 방송 시장은 다소 불투명하다. 아직 정부의 통제가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도입 계획을 발표했을 뿐이다. 싱가포르에는 유일한 케이블 방송사업자로 싱가포르 케이블비전(SCV)사가 있다.
케이블방송국인 SCV 운영 방식은 매우 특수하다. 지난 95년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프레스홀딩스(SPH), 싱가포르테크놀로지스텔레컴(STT), 싱가포르미디어사(MediaCorp) 등과 미국의 콘티넨털 케이블 비전을 중심으로 싱가포르 전체를 케이블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해 SCV를 설립하였다.
그러나 싱가포르 전체 가정의 99%가 케이블 접속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SCV는 지금까지 21만8000여 가입자만을 보유할 정도로 경영 성과가 좋지 않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여전히 방송 콘텐츠에 대해서 통제를 원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텔레비전의 자유화에 대해서 정확히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는 현재로선 알기 힘들다. 싱가포르 정부는 현재 신문에 대해서도 특정인이 3%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쟁을 배제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는 불법으로 소유하고 있는 위성 안테나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DTH는 금지되어 있다. 정부는 기존의 DTH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싱가포르 정부가 기존의 SCV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콘텐츠의 통제를 위한 것인지는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싱가포르에서 방송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SCV 혹은 싱텔(SingTel)과 협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싱텔은 초고속 광대역/ADSL 인터넷 PC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영화와 뮤직 비디오에 대한 주문형비디오(VOD)·뉴스·게임·스포츠·연예뉴스 프로그램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과 싱텔은 광폭텔레비전(widerangeing TV)을 포함하는 일련의 사업계획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싱가포르와 아시아를 겨냥한 양방향 텔레비전과 VOD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방송시장은 여전히 불분명한 위치에 놓여 있으며, 이것은 앞으로의 추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타이완
타이완은 작년 수정 통과된 케이블 법안과 위성텔레비전 법안에 의해서 현지 등록법인을 통한 인수에 한해 외국 자본이 DTH, 케이블 방송을 99.9%까지 소유할 수 있다. 그리고 50%까지는 어느 형태로든 투자가 허용되어 있다.
그러나 지상파 텔레비전의 경우에 외국 지분의 허용 한계는 매우 불분명하다. 대체적으로 20% 내외에서 외국 자본의 투자가 허용되는 분위기다. 예를들어 타이완에서 두 번째 규모의 텔레비전인 타이완TV는 일본계 자본이 20.51%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97년 민주진보당은 지상파 방송에 대해 20∼49%선의 외국 자본을 허용할 것을 주장하였다. 전문가들은 현 민주진보당 정부가 최소한 20%의 투자 지분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TV는 기업이 공개된 대만의 최대 규모의 방송기업이다. 타이완의 두 번째 규모의 방송기업인 TTV는 IPO 사업을 계획중에 있으며, 세 번째 규모인 차이니즈TV시스템(CTS)은 국방성과 교육부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다.
타이완의 대표적인 유료 텔레비전은 케이블 방송이다. 480만 정도의 가구가 케이블 가입자다. 이 수치는 높기는 하지만 대만의 케이블 시장은 여전히 문제를 가지고 있다. 대만의 케이블은 많은 가정들이 충분한 접속 능력 및 티어링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에서 아직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타이완은 불법 시청을 막기 위해서 2001년까지 간단한 아날로그 암호기 도입을 의무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타이완의 두 번째 규모의 케이블 사업자인 유나이티드커뮤니케이션스그룹(UCG)은 아날로그 암호기의 공급을 위해서 제너럴 인스트루먼트(General Instrument)와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의 MSO 중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차이나 리바(China Rebar), 이스턴멀티미디어컴퍼니(EMC) 등으로 약 18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EMC는 파 이스턴 실로&시핑 컴퍼니가 30%를 소유하고 있다. 차이나 리바는 대만 내의 14개 케이블 시스템의 대주주로 있으며, 11개 시스템에 대해서는 소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을 합치면 25개의 시스템이 되는데, 이들은 대만 전체의 95%에 해당하는 가구에 도달하고 있다.
올해 2월에 나스닥에 상장한 차이나 리바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의 10%를 소유하고 있다.
한편 UCG는 3억7500만 달러를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투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UCG는 150만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두 선두 케이블 그룹의 기술 투자는 모두 120만∼130만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나머지 케이블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대만의 DTH 시장은 퍼시픽디지털미디어(PDM)를 통해서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른 3개의 서비스가 준비중에 있다. 전문가는 DTH 서비스의 프로그램들이 케이블 방송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화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3월께 PDM은 2만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5만의 가입자가 서비스 연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PDM의 관계자는 이렇게 매달 8000에서 1만의 가입자를 확보함으로써 11월께는 10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2∼3년 이내에 20만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2000년 초반으로 예정되었던 50개 채널 확장을 6월 말로 연기했으며, 온디맨드 기반의 정보서비스, 전자상거래, 인터넷 서비스 등을 기획하고 있다.
PDM과 경쟁 위치에 있는 DTH 사업자로는 스페이스텔 아시아(Spacetel Asia)가 있다. 이 기업은 40개 채널 패키지를 계획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 편성과 송신기 비용은 필리핀멀티미디어서비스(PMSI)와 공동 부담할 예정이다.
홍콩과 타이완의 합작투자로 구성된 TVBS Icon DTH 플랫폼은 현재 기획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EMC도 DTH 면허를 신청하였다. EMC는 이미 30여개 지역 채널과 계약을 맺었으며, 4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EMC가 지역 DTH 서비스인 CSkyNet을 인수함으로써, 기존의 DTH 사업자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리=문화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