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퓨터 운용체계(OS) 시장의 최대 관심은 리눅스가 윈도의 견고한 아성을 얼마나 잠식할 수 있을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세계시장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올해 리눅스의 돌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윈도가 기존 체제의 주역이라면 리눅스는 「자유와 개방」을 이념으로 새로운 체제를 지향하는 신흥 OS의 기수라고 할 수 있다.
리눅스업계를 이끌고 있는 주역들이 갖는 공통점으로 20대와 30대의 젊은 인재들이라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아마도 이같은 산업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리눅스업계의 주역들은 리눅스가 국내에 소개되던 초창기부터 리눅스에 입문한 마니아 리눅서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초기부터 PC통신 동호회 등을 통해 리눅스 정신에 대해 토론하고 기술 개발을 주도하면서 저서를 통해 리눅스의 대중화에 입장서 왔다.
최근 사장직을 물려준 리눅스코리아 설립자인 한동훈 이사와 이만용 이사, 리눅스 인터내셔널의 우상철 사장 등이 이 그룹을 대표하는 인물로 리눅스 1세대로 분류된다.
리눅스코리아 설립자인 한동훈씨(32)는 부산 낙동고와 동명정보대학교 전산과를 거쳐 하이텔 리눅스 동호회 프로그래밍 시삽과 한국리눅스 사용자 모임 초대회장을 지냈다. 그는 98년 3월 리눅스코리아를 설립하면서 리눅스 사업에 본격 뛰어든 후 「파워리눅스」라는 배포판을 선보였다. 토속적이면서 친근감을 주는 인상이 매력인 그는 경영에도 수완을 발휘해 리눅스코리아를 국내 리눅스업계의 대표적인 회사의 하나로 키워냈다. 「초보자용 리눅스 프로그래밍」을 번역, 출판해 리눅서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하이텔 리눅스 동호회에 리눅스 전문강좌를 연재할 정도로 리눅스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리눅스의 급성장에 따라 회사를 전문경영화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대로 지난 2일 사장직을 영업이사로 있던 박현진 현 사장에게 넘기고 자신은 이사로서 개발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사장의 뒤를 이어 리눅스코리아를 책임지고 있는 박현진 신임사장(36)은 쌍용양회 중앙연구소와 전략정보시스템 추진팀을 거쳐 지난해 리눅스코리아의 영업이사로 합류한 인물.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쌍용양회 시절 시스템통합(SI) 기술영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리눅스코리아를 시스템통합 및 컨설팅 업체로서 재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드햇 리눅스의 한글 배포판을 만들어 리눅스 저변확대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만용 리눅스코리아 기술이사(28)는 리눅스에 매료된 후 개발에 전념키 위해 졸업도 미루고 있는 서울대학교 지질학과 휴학생. 96년 PC통신 나우누리의 리눅스 동호회 시삽을 거쳐 같은해 7월 국내 최초의 한글 리눅스 배포판인 「알짜 리눅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그는 이듬해 「알짜 레드햇 4.0」을 발표하면서 리눅서들에게 크게 주목을 받았다. 「리눅스 서버 가이드」와 「초보자용 리눅스 프로그래밍」, 「알자 레드햇 5」 등의 집필자이기도 한 그는 현재 리눅스코리아에서 그가 상표권을 갖고 있는 「알짜 리눅스」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한병길 자이온시스템즈 사장(44)은 리눅스 전문가로 출발한 것은 아니지만 연배로나 경험으로나 리눅스업계 최고참이다. 리눅스 활성화를 위한 업계 모임인 리눅스협의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조선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7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산개발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시스템공학연구소(SERI) 슈퍼컴퓨터센터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슈퍼컴퓨터센터를 거쳐 지난해 자이온시스템즈를 설립,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특히 ETRI 슈퍼컴퓨터센터 등에 근무한 경험을 살려 대규모 리눅스 클러스터링 기술개발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자이온시스템즈의 리눅스 OS인 「액셀리눅스」는 국내 리눅스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포판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의 김성호 기술이사(31)와 황상진 연구원(28)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박사출신의 김 이사는 ETRI 슈퍼컴기반기술연구팀에 근무했던 것이 인연이 돼 한 사장과 함께 자이온시스템즈에서 일하게 됐다. 또 리눅스관련 서적을 집필하면서 마니아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한 황상진 연구원은 액셀리눅스 배포판의 개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우진 리눅스원 사장(30)은 상문 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두얼시스템즈 사업본부장, 한국리눅스비즈니스 사업본부장, 파바트컴퓨터 부사장을 거쳐 리눅스원의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포스데이타 김광호 사장의 아들이라는 후광을 받고 있는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배포있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평이다. 그는 최근 배순훈 전 정통부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하고 대만 X리눅스와 제휴 등 굵직한 사업들을 무리없이 추진함으로써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최근 골드만삭스로부터 투자를 유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의 금화섭 연구원(26)은 리눅스원의 배포판인 「와우(Wow)리눅스」 제작을 주도하면서 떠오르고 있는 차세대 개발자로 업계에서 알아주는 인물이다.
최근 터보리눅스와 제휴, 클러스터링 호스팅 서비스 사업을 국내 처음으로 시도하는 등 웹호스팅 서비스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웹데이터뱅크의 김대신 사장(33)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다른 리눅스 업체의 사장들과 달리 그는 일본에서 먼저 리눅스 세계에 접어들었다. 93년 일본 토야마대학 공학부 전자정보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그가 리눅스에 눈을 뜬 것은 지난 91년. 일본 유학당시 리눅스에 매료돼 리눅스 관련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레드햇, VA리눅스, 터보리눅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눅스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인연을 맺었다. 97년 일본 코스모엔터프라이즈 개발이사로 근무하던 그는 국내에 돌아가 리눅스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듬해 귀국, 국내컴퓨터 전문지 등에서 리눅스 관련 원고집필을 하다 98년 10월 웹데이터뱅크를 설립하고 「터보리눅스」를 판매하면서 「Q리눅스」라는 자체 배포판도 개발했다.
리눅스인터내셔널은 사장을 포함해 임직원 모두가 20대로 아직까지 기혼자가 한명도 없는 젊은 회사. 「K리눅스」 배포판 제작자로 널리 알려진 이 회사의 우상철 사장(29)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리눅스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한 국내 「빅3」에 꼽히는 유명인사이며 김기영 개발이사(27)도 리눅스 기반의 웹클러스터링과 로드밸런싱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업체들이 주로 서버용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면 리눅스가 데스크톱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가면서 이 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설립된 업체들도 있다. 미지리서치와 앨릭스가 그런 업체에 속한다.
앨릭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안철수 사장과 박흥호 사장은 각각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소장과 나모인터랙티브의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어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특히 안철수 앨릭스 공동대표(38)는 의사 출신으로 벤처기업가로 변신, 화제를 모았던 인물. 62년 부산생으로 부산고등학교와 서울대 학교 의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97년 도미해 펜실베이니아대학 공대 및 와튼스쿨 기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온 후 안철수연구소를 100억원대 매출 기업으로 성장시켜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앨릭스 설립을 주도하고 공동대표까지 맡게 된 것은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는 현재 소프트웨어벤처협의회 회장, 정보보호산업협회 부회장, 정보통신미래모임 부회장,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 소프트웨어진흥원 법제도 개선 자문위원 등 다수의 타이틀을 갖고 있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벤처업계의 기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지난 98년 전자신문 주최로 1만5000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대 기업인 중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엔 시사저널의 「21세기를 이끌 벤처 기업가 20인」과 매경이코노미의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 20인」, 월간조선의 「한국의 50대 기업인」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흥호 앨릭스 공동대표(37)는 경남 고성 출신으로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후 잠시 국어교사를 하다 그만두고 90년 들어 공병우 박사의 한글문화원 연구원을 거쳐 한글과컴퓨터의 응용소프트웨어 부문 이사와 아래아 한글 개발팀장을 역임했다. 나모인터랙티브의 공동대표로 지난해 12월 안철수 소장 등과 함께 리눅스 합작회사인 앨릭스를 설립,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의 최준수 부사장(39)은 마케팅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로 서울대학교와 보스턴대학교 석사 출신으로 89년부터 97년까지 큐닉스컴퓨터에서 시스템마케팅 부서장을 거쳐 나모 부사장으로 영입되기전까지 지앤텍의 기획실장으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97년 설립된 후 지난해 법인으로 전환한 후 최근 오픈와이즈 등과 합병한 미지리서치의 서영진 사장(33)은 과학기술대학과 KAIST 수학전공 석사를 거쳐 현재 KAIST 수치해석학 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구파. 94∼96년 한글과컴퓨터에서 한글/X 개발팀장을 거쳐 97년 리눅스 부상을 예견하고 미지리서치를 설립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 흐름을 읽는 혜안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이 회사의 지대훈 개발이사(35)는 오픈와이즈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다 미지리서치와의 합병으로 합류한 인물.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한글과컴퓨터 자연어처리팀장과 한메소프트 인터넷사업부 부본부장을 거쳤다.
리눅스가 신흥 OS로 젊은 인재들의 무대가 되고 있다면 윈도와 넷웨어 등 전통 OS 분야를 주도하는 세력군은 오랜 기간에 축적한 경험과 관록으로 노련미를 발휘하고 있는 인물들로 평가된다.
(주)마이크로소프트의 고현진 사장(48)은 지난해 11월 김재민 전임 사장의 사임으로 공석이었던 사장자리에 전격 발탁, 승진된 인물. 그는 84년 한국IBM에 입사해 처음 정보기술(IT) 분야와 인연을 맺은 이후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거쳐 한국MS에 이르기까지 16년동안 줄곧 이 분야에서 일해온 정통 IT맨이란 평이다. 주변에서 시원시원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침없는 면모를 보여주는 그는 (주)마이크로소프트의 대고객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면서 토착화에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최근 상무에서 승진한 홍선기 전무(48)는 (주)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개발부를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로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와 KAIST 출신으로 금성사와 벨노던리서치를 거쳐 큐닉스컴퓨터 이사를 역임했다. 또 최근 (주)마이크로소프트가 중시하고 있는 파트너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이상은 상무(42)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와 HP코리아를 거쳤다.
넷웨어는 지금은 그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한때는 대표적인 네트워킹 OS로 통했던 노벨의 제품. 때문에 한국노벨의 권오형 사장(44)에겐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져 있다. 권 사장은 지난 83년 한국IBM을 시작으로 시스템스코리아, 인포믹스코리아, SAP코리아 등을 거치면서 각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설팅 관련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온 영업맨으로 지난해 한국노벨의 사장으로 취임할 때도 마케팅 중심적인 회사로의 변모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했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