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PC업체의 국내시장 공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후지쯔·컴팩코리아 등 외국 PC 업체들이 올들어 1·4분기까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배 이상 높은 실적을 거두면서 국내 PC시장에서 외국 컴퓨터업체의 기대 이상의 시장잠식이 가능할지 관련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PC시장은 그동안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 등 국내 업체가 주도해왔다. 한국시장이 폐쇄적이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 외산PC는 맥을 추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PC 시장에서 외산 PC의 시장점유율은 10%도 되지 않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전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HP, 컴팩 등도 올해 350만대로 추산되는 PC 시장에서 각각 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게 목표일 정도다.
세계최대 컴퓨터업체인 IBM이 지난 96년 LG전자와 손잡고 LGIBM이라는 합작사를 세웠던 것은 바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외국 PC업체로 시장을 넓혀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력을 갖춘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PC업계에서 외국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국내 PC시장에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들어 외국 PC업체의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특히 그동안 공략이 쉽지 않았던 노트북컴퓨터 시장에서 외산제품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러한 추세가 올해 그대로 반영될 경우 전체 40만대로 예상되는 노트북시장에서 외산제품이 5만대 이상 판매돼 점유율이 적어도 15%에서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외국 PC업체는 전망하고 있다.
실제 한국후지쯔의 경우 올해 3만대의 노트북컴퓨터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7%를 실현한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미 소비자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은데다 올해부터는 영업대상을 기업수요에서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이를 위해 한국후지쯔는 서울 7개, 지방 4개 등 유통망을 구축해 개인용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컴팩코리아는 지난해 데스크톱컴퓨터 2만5000대와 노트북컴퓨터 7000대 등 총 3만2000대의 PC를 공급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지난 1·4분기에만 6000대의 노트북컴퓨터를 공급함으로써 올해 노트북컴퓨터에서 2만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PC시장에서 이들 두 회사의 선전은 한국PC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컴퓨터업체들에는 커다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다 외산 PC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이 상당히 엷어진 것도 외산PC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소니를 비롯해 HP 등은 많은 외국 PC업체 가 현재 국내 PC 시장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에 힘입은 바 크다.
결론적으로 국내 PC시장에서 외산 제품의 성공은 국내 업체에 준하는 대대적인 투자와 차별화된 마케팅전략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