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식 모터보호계전기를 둘러싸고 대기업인 LG산전과 중견업체인 삼화기연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두 회사간 영업현장에서의 경쟁이 첨예화된 감정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LG산전은 최근 『각종 공사 시방서의 규격이 특정업체의 제품으로 명기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이 중재자로 나서 이런 점을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LG산전이 지칭하고 있는 「특정업체」는 삼화기연. 각종 공사의 규격이 일반 제품인 전자식 모터보호계전기가 아닌 삼화기연의 제품명인 EOCR로 표기돼 있어 수요처에서 혼란을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인천국제공항 입찰에서 건설공단 측이 요구제품과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 납기가 지연됐고 결국 삼화기연의 제품을 채택한 후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밝힌다.
LG산전은 시장에 참여한 업체들간 논의를 거쳐 전자식 모터보호계전기의 일반 제품명을 비롯한 규격을 제정할 경우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육성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삼화기연은 『LG산전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삼화기연은 『지난 83년 처음 제품을 내놓은 이래 핵심 특허 100여건을 확보했다』면서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되자 LG가 기능은 물론 외형까지 거의 카피한 수준의 제품으로 삼화기연 대리점들에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서 이를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삼화기연에 따르면 LG산전이 삼화기연의 대리점들에 EOCR를 판매할 경우 배전반내 다른 전장품인 접촉기·차단기 등을 팔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는 것. 삼화기연은 ECOR 역시 「스카치」테이프나 「제록스」 복사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월드베스트 상품으로 육성한 성과라고 설명한다.
전자식 모터보호계전기 시장규모는 약 200억원. LG산전과 삼화기연이 10대90 정도로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전기조합은 이들 두 회사간 타협에 의해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중재의사를 사실상 거뒀다. 두 회사간 갈등의 골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