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비디오·게임 등 문화산업의 모태가 되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하 음비게법)이 전면 개정된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9일자로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가히 새로 제정한 것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그만큼 따져 볼 내용도 많다. 문화부는 입법 예고 기간인 29일까지 개인·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음비게법」 개정안의 내용과 주요 쟁점들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1)무엇이 바뀌었나
문화부는 지난해 5월 개정된 현행 「음비게법」이 급속한 문화 산업 환경에 뒤처질 뿐만 아니라 규제위주로 됐다는 점을 법률 개정의 이유로 들고 있다. 따라서 규제위주의 법의 근간을 뜯어 고치고 게임을 비롯한 각종 문화 산업 업종 및 업태를 현실성 있게 수정보안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업종의 정의=법률의 명칭이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 등에 관한 법률」로 바뀐다.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문화 콘텐츠를 음비게법의 테두리에 포함시켜 관리·육성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에따라 개정안은 게임물의 정의를 현행 영상물의 일종에서 「양방향성 멀티미디어 기술 등을 이용하거나 기계·전자·장치 등을 이용한 것」으로 규정했다. 법 체계에서 게임이 음반·비디오와 함께 독립적인 업종으로 인정받게 됨 셈이다.
문화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멀티미디어 문화 콘텐츠라는 새로운 업종을 신설했다. 이를테면 「음악·문자·비디오물·게임물·영화·애니메이션 등의 영상물, 기타 문화적인 요소들이 상호 결합된 상태로 이루어진 전자적 매체(컴퓨터·디스크·인터넷)를 통해 유통되는 내용물」로 정의함으로써 디지털 음악 파일, 인터넷 영화 등과 같은 디지털(인터넷) 콘텐츠를 「음비게법」 테두리에 포함시키겠다는 판단이다.
문화부는 또 헌법소원 등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게임제공업 구분을 현실화한다는 취지에 따라 전용게임장·멀티게임장으로 구분하던 업태를 청소년게임장·일반게임장·성인게임장으로 구분했다. 이에따라 18세 이상의 성인만이 출입할 수 있는 성인오락실이 새로 신설된다. 문화부는 이 성인게임장을 관광진흥법상의 호텔업 시설, 유원시설업 시설, 건축법상의 위락시설,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내에서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에서 진흥으로=문화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각종 불필요한 규제조항을 과감하게 삭제·완화했다. 종전 문화관광부에 등록하도록 한 음반·비디오물·게임물 등의 제작업자 및 배급업자를 신고제로 완화하는 한편 비디오물·게임물 판매·대여업에 대한 등록제를 폐지해 자유업종으로 전환했다. 청소년보호를 위해 등록제가 필요한 비디오물감상실·경품게임장·노래연습장을 제외한 일반게임장·청소년게임장·멀티미디어문화콘텐츠업(일명 PC방)을 신고제로 완화했다.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 등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반입 추천제를 폐지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이중절차로 운영돼 왔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대한 수입추천제와 등급분류제를 통합하여 운영하도록 해 별도의 수입추천제를 폐지했다. 또한 구분실익이 없는 가정용 게임물과 업소용 게임물의 등급분류체제를 일원화했다.
문화부는 이같은 규제완화와 함께 문화 산업 진흥을 위한 시책 수립을 법조문으로 명문화했다. 개정안 3조에 따르면 문화부 장관은 음반·비디오·게임물 등의 산업 진흥을 위한 시책을 마련, 시행하는 의무를 갖게 되며 △산업별 인프라 구축 및 집적지 운영 △전문인력 양성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감시활동 등 11개 사항을 지원토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문화부 장관은 시행규칙 등을 통해 모범업소를 지정해 금융·세제 등 각종 지원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사후관리 강화=문화부는 각종 규제는 풀어주는 대신 사행심 확산 방지와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서 사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제작된 게임물의 확인 등 필요한 확인절차를 거친 후에 등급분류필증을 발급하고 등급분류자료를 지도·단속기관 등에 서면 또는 특수매체기록을 활용해 통보하도록 함으로써 게임물의 사후점검체제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불법음반·비디오물·게임물의 정화를 위해 관련협회와 단체에 자발적인 감시·단속권한을 부여키로 했다. 이에따라 관련 단체들은 문화관광부 장관 명의의 증표를 발급받아 관계기관과의 행정 협조는 물론 활동경비 보조 등을 받으면서 실질적인 불법물 단속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노래연습장·비디오물감상실에서 주류 판매·제공 행위와 접대부의 고용 및 퇴폐조장 행위를 금지하고 게임제공업소를 운영하는 자는 문화관광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것 이외의 종류 또는 방법 등으로 경품을 이용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유통 관련업자 준수사항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