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의 매운 맛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한해 사람들은 이네트 박규헌 사장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머천트 솔루션으로 인터넷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장본인이다. 세계적인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오라클이나 인포숍도 최대의 경쟁자로 이네트와 박 사장을 꼽고 있다. 돌연 나타난 그의 존재가 국산 인터넷 솔루션 시장의 대표로 자리잡았다.
아직까지 IT기업 가운데 외국 유명기업과 필적할 만한 회사는 없었다. IT붐이 일기는 했지만 토종솔루션으로 무장한 업체는 가뭄에 콩나듯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네트의 등장은 국산 솔루션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쇼핑몰 구축용 머천트 서버 소프트웨어인 「커머스21」을 앞세워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쟁쟁한 외국 대형업체들의 제품을 제치고 우체국과 백화점, 유수의 인터넷쇼핑몰 등 50군데 이상을 수주했다. 덕분에 대형 머천트서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47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일본 현지 법인 「커머스21(http://www.commerce21.co.jp)」 역시 쟁쟁한 미국기업들을 제치고 여성포털 「@우먼」, 민영 도쿄방송(TBS) 등의 쇼핑몰사업을 수주해 진출 5개월만에 2억엔(20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커머스21」은 상승세를 살려 올해 안에 매출액 25억엔(250억원)을 달성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네트의 이런 성공 뒤에는 물론 철저한 기술개발 노력이 숨겨져 있다. 110명의 직원 중 연구개발인력이 80명으로 지난해 매출 47억원 중 1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순익 13억원이 거의 다 들어간 셈이다.
성공 요인은 개발뿐만 아니다. 박 사장이 추구하는 기업 경영은 「한솥밥 경영」이다. 누구나 이네트에 발을 담근 이상 이네트 가족으로서 권리를 누린다. 의무 역시 당연히 따른다. 따라서 박 사장은 육체적, 정신적 노력에 대한 공평한 보상을 늘 강조한다. 박 사장의 연봉과 중간 관리자의 월급은 한푼의 차이도 없다. 직원들에게 회사의 스톡옵션을 똑같이 주고, 직원 가족들의 교육비와 체력 단련비까지 지급한다.
그가 이처럼 「한솥밥 경영」을 강조하는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386세대로 5공화국의 서슬 시퍼런 칼날 앞에서 노동운동을 진두지휘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직접 노동자의 삶을 체험했기 때문에 사장으로서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분명해졌다.
『고용자와 고용주의 입장이 아니라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교감할 수 있는 동료로 존재합니다. 디지털 경영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아니라 공생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박 사장이 꿈꾸는 인터넷 사업은 머천트 솔루션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데이콤 재직시절 신사업개발팀에서 5년간 일하는 동안에 수시로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정보기술(IT)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시장을 분석하는 능력을 키웠다. 이를 증명이나 해 보이듯 지난해 말 미국과 일본에 잇달아 현지법인을 세우고 세계 전자상거래 솔루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의 국제적 감각이 인터넷 사업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이같은 세계화로 이네트의 최종 목표는 인터넷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공급하는 통합 인터넷 기업이 되는 것이다.
박 사장이 이와 함께 강조하는 것은 정확한 미래 예측이다. 박 사장이 내다 본 미래는 정확했다. IMF를 맞아 모든 기업들이 허덕일 때 이네트 역시 매출이라는 것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IMF 위기가 지나고 나면 인터넷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머천트 범용 패키지솔루션을 준비해 왔다.
『골드러시를 위한 곡괭이를 팔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상품이 대히트한 것이다.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한 미래 예측은 한치의 오차도 벗어나지 않았다.
『요즘 IT업계에 때아닌 거품논쟁이 나돌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논쟁이 사업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위기란 위험 뒤에 기회가 온다는 뜻이기 때문에 언제나 현재의 위기를 미래의 기회로 삼는 경영전략이 필요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발씩 나아가는 기업만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고 말하는 박 사장의 이네트는 장밋빛이 아닌 황금빛 미래가 될 것이라는 확신마저 든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