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의 부위원장 자리를 놓고 신구세력간 갈등이 재연됐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유길촌)는 지난 6일 위원 전체회의를 통해 조희문 부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을 의결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이용관 위원을 신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영진위는 유길촌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신진세력이 주도권을 쥐게 됐지만 위원 자격으로 집행부에 남게 된 조희문 위원이 법정 투쟁까지 공언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영진위가 또 다시 신구갈등으로 표류할 우려를 낳고 있다.
영화계의 신구세력간 다툼은 지난해 5월 영진위 출범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성근 씨를 비롯한 신진세력과 윤일봉·김지지 씨 등의 구세력은 영진위 집행부의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여 급기야는 「집행부 총사퇴」라는 최악의 사태에 이르러 올해까지 이어졌다. 문화관광부는 올해 1월 유길촌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위원을 새로 위촉, 전임 집행부에서 잔류했던 조 부위원장과 불안한 동거를 시작했다.
올초까지 공석인 위원장을 대신해 실질적인 업무를 처리해 온 조 부위원장이 신진세력의 득세에 반발을 보이자 유 위원장를 비롯한 신진세력들은 조 부원장의 자격을 박탈하는 무리수를 던졌다. 조 위원은 불신임의결 직후 『전임 상임위원을 인정하지 않은 결정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불신임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처럼 조 위원이 강경한 입장을 보였음에도 영진위 집행부가 이용관 위원을 신임 부 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은 구 세력과의 동거를 끝내겠다는 선언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조 위원이 집행부내에 잔류해 법정 투쟁을 포함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영진위는 산적한 본연의 업무는 제쳐놓고 세력다툼에만 매달리는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