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기자재전 특집>디지털카메라 시장 급성장

디지털 카메라가 기존 은염 카메라를 완전히 대체할 시점은 과연 언제쯤일까.

1830년대 프랑스인 루이 다게르에 의해 발명돼 종이와 필름으로 이어져온 은판사진술의 역사는 20세기들어 이스트만 코닥과 같은 필름업계의 거인을 만나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다 1990년대 비트의 시대를 거치며 새로운 역사의 전기를 맞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필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디지털 카메라가 격동의 세기를 숨김없이 담아온 손때묻은 카메라를 제끼고 역사의 전면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출시 초기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왔다.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지난 98년 320만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509만대로 대폭 늘어나 일안반사식 카메라 판매대수 400만대를 훌쩍 앞질렀다. 올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8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의 한 조사업체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오는 2001년 1000만대, 2005년에는 40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을 정도. 이 전망대로라면 2005년에는 35㎜ 자동카메라 시장도 1000만대 이상 상회하게 된다.

이처럼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곳은 세계 카메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카메라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업체들이 후지·올림퍼스·리코 등 일본업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상과 기록문화가 발전된 일본의 특성이 잘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27개사의 혼전속에 상위 8개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지난 98년 120만대에서 지난해 150만대로 1년새 30만대가 늘어나며 전세계 시장의 30%에 육박하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일본공업신문은 올해 일본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230만대 규모를 형성, 53%에 이르는 고속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우리나라 시장은 아직 시장 형성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역사는 98년 상반기부터 본격 시작된다. 국내 유일의 카메라 메이커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이 35만화소급 제품으로 초기시장 일구기에 나선 이후 같은 해 하반기 한국코닥이 100만화소급 제품으로 메가픽셀 바람에 불을 붙였고 이어 지난해 6월 아주포커스와 한국후지필름 등이 200만화소대 제품으로 고가·고화소 위주의 마니아 시장을 구축해온 것.

지난해 3만5000∼5만대 규모에 머물렀던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올해 삼성전자와 삼성테크윈의 저가 보급형 제품 대량공급으로 사상 처음 10만대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숨가쁘게 이어져온 업계의 시장쟁탈전은 올들어 숨고르기 단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CCD공급업체와 일본 카메라 업체가 300만∼400만화소대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화소 중심이 아니라 가격대 성능비라는 합리적인 의식이 서서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기 때문.

업체들도 고화소 위주가 아닌 가격대·화소대별로 폭넓은 제품라인을 갖추고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50만원 이하의 저가 보급형 시장과 100만원 이상의 고가 전문가형 시장으로 뚜렷이 양분되면서 디지털 카메라의 저변확대 시대로 성큼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