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6>
다음날 아침에 우리는 국제 공항으로 갔다. 10시에 서안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중국 여행사에서 급히 마련한 급행표를 사용했다. 급행표는 실제 요금보다 더 얹어주면 나오는 비공식적인 티켓을 말한다. 급행표 관례는 전국 전역에 통용되고 있었으며, 그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활용이 되고 있었다. 급행표 티켓을 얻는 데는 당연히 돈이 필요했다. 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돈이면 모든 것이 쉽게 처리되는 관행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비행기 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 불편을 없애기 위해 나는 조선족 문씨와 동행하기로 했다. 문씨는 오랫동안 나의 통역을 맡아왔던 사람인데, 그는 조그만 무역상을 경영하고 있었다. 중국에서의 오퍼상은 우리의 개념과 다른 것으로 일종의 보따리 장수에 불과했지만, 그런 대로 국제 무대를 돌아다닐 수 있는 특권층에 해당했다.
유 회장은 통역으로 문씨가 동행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가 동행하려고 했던 사람은 곱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안으로 가는 여객기 안에서 유 회장이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말했다.
『여자 통역을 데려가면 오히려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글쎄, 사내들끼리 재미가 없잖아?』
『여행사에서 수리 가이드로 여자를 붙여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역시 불편할 듯해서입니다.』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건전하지 못한 발상이 아닌가?』
『위로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까?』
『그건 맞는 말이야. 이번 여행에 피로를 풀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했는데.』
『저는 사업을 위해서 하는 여행입니다. 그렇게 외로우시면 중국에 현지처를 하나 두시지요.』
『글쎄, 나는 중국에 그렇게 자주 다녔지만, 그것은 싫네. 여러 가지로 부담이 가. 돈을 쓰기 싫어서가 아니야. 돈이야 얼마 들지 않지. 문제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가. 애인을 사귀라고? 이 나이에 그렇게 끌리는 여자가 있을까?』
『이제 오십 줄에 들어서면서 늙은이 행세하십니까, 형님? 나이가 많을수록 영계가 좋지 않습니까?』
『그거 좋지. 스물한두살의 한족 여자를 사귀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