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아파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단지에 신경망이라 할 수 있는 근거리통신망(LAN)을 설치하고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정보시대에 살고 있는 아파트입주자에게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아파트 인터넷서비스업체 국내 1호인 아이씨티로의 선장을 맡고 있는 갈정웅 사장(45·대림정보통신 대표)은 요즘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아이씨티로는 갈 사장과 함께 김영복 사장이 공동대표 이사를 맡고 있지만 김 사장은 기술분야를, 갈 사장은 영업을 각각 맡는 등 분업화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주택건설업체가 사이버아파트에 관심이 많다 보니 갈 사장의 대외적인 영원지원 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갈 사장은 일주일에 두번씩 강단에 오르는 대림대학 경영학과 교수이자 지난 78년 시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 시인으로 창작·저작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전문경영인이다.
이같은 활동탓인지 갈 사장과 마주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 냄새가 배어있음을 저절로 느낄 수 있다. 시인의 서정성과 교수의 합리성, 그리고 전문경영인의 노련함을 갖고 있어 스폰지처럼 상대방을 강하게 빨아들이면서도 이상하리만큼 거부감을 주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갈 사장은 사이버아파트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록 아이씨티로가 사이버아파트 개념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했지만 속칭 「사이버아파트」라고 지칭하기보다는 「편한세상」이라고 부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유는 사이버아파트 이미지 자체가 기술적인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파트에 정보기술을 가미함으로써 풍요로운 삶이 보장되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사이버아파트를 「편한세상」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한 단어라고 갈 사장은 강조한다.
특히 농경사회에 형성됐던 우리 고유의 공동체 문화가 산업사회 등을 거치면서 소실됐으나 지금부터 정보기술이 접목된 아파트를 통해 활동적인 사이버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잃어버린 공동체 문화를 회복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우리 주변환경이 디지털화할수록 이에 비례해 우리 삶은 아날로그화돼야 합니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는 짙어질 수밖에 없고 이를 유일하게 달랠 수 있는 것이 이웃간 서로 정을 느끼게 해주는 공동체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갈 사장은 또 『지식사회에서 기초가 되는 경제 단위는 가정』이라며 『가정이 정보기술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의 주체인 가정이 정보화하지 않으면 비록 기업과 정부가 정보화를 이룩했다 하더라도 지식사회는 모래위에 쌓은 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초고속인터넷이란 고속도로에 가정이 자유롭게 왕복할 때 비로서 지식사회의 길로 접어드는 첩경이라는 것.
그는 그럼에도 우려돼는 점이 있다면 초고속인터넷서비스가 최근 사이버아파트의 분양경쟁으로 무료화하는 추세를 지적했다. 자칫하면 초고속인터넷서비스 내용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진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가치에 대한 댓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