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첨단제품이 나올 때마다 거론되는 공통적인 문제가 바로 표준화다.
인터넷TV의 경우 아직 이렇다할 콘텐츠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단말기는 물론 이를 통해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한 표준화는 더욱 절실하다.
인터텟TV를 통한 T커머스는 e커머스를 능가하는 엄청난 시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국내외 다수 업체들이 콘텐츠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서둘고 있다. 인터넷TV 사업은 결국 얼마나 많은 양의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 인터넷TV 업체들은 모두 인터넷TV 사업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문이 콘텐츠라는 데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정작 이의 표준화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TV 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마다 개발한 단말기가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고 또 가뜩이나 모자란 콘텐츠의 호환성이 크게 떨어져 다른 업체의 단말기로는 받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표준화라는 것이 업체들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부분이어서 원래 시장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누군가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변이다.
인터넷TV 사업은 신사업인 만큼 이를 추진하는 업체들의 전략이나 사업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 각자의 사업 구상과 기술력을 토대로 나름대로의 사업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TV 단말기는 물론 콘텐츠를 개발해서 각 가정에 뿌려주고 이에 대한 사용요금을 부과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사업 시스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누군가가 강제로 통일하자고 하면 큰 반발을 살 것이 뻔하다. 자사에 익숙한 방식을 표준으로 삼는 것만으로 엄청난 경쟁력이 생기는 반면 경쟁사의 방식이 표준으로 정착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불이익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표준화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업체들이 귀를 틀어막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만큼 표준화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업체들의 이해관계에 배치되지 않는 한도내에서 추진할 수 있는 표준화 영역도 많다. 이를테면 인터넷TV는 단말기의 운용체계(OS)만 통일해도 호환성 문제에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업체들에도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통합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TV 단말기 업체들은 거의 단말기 가격과 소프트웨어 및 이의 운용기술 등을 고려해 자체 개발한 소형 OS를 채용해 왔다. 하지만 요즘들어서는 윈도CE나 윈도NT 등 PC상에서 일반화된 OS를 도입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처음에는 자체 개발한 소형의 OS로도 충분했으나 소비자들의 요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TV를 통한 T커머스는 전 산업분야에 걸쳐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보면 앞으로 인터넷TV 사업영역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표준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공산도 없지 않다.
더구나 인터넷TV는 현재의 단방향 아날로그TV 시대를 향후 가정문화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양방향 디지털TV 시대로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하는 중간형태의 사업으로 이해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TV 단말기인 세트톱박스가 종국에는 인터넷은 물론 공중파 및 케이블이나 위성방송까지 수신하고 주식거래 및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통합형 세트톱박스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시대적 상황과 소비자들의 요구를 고려한 것이다.
업체 입장에서 하나의 세트톱박스에 이같은 기능을 모두 담을 수 있는 통합 세트톱박스를 만드는 것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서로간에 부족한 콘텐츠를 호환할 수 있는 단말기의 기능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인터넷TV를 통한 T커머스는 기대한 것보다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해줄 것이다. 인터넷TV에 대한 표준화가 절실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