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사업이란 평가를 받던 별정통신업계가 사업을 개시한 지 2년이 경과하면서 1·2호 사업자를 중심으로 경영이 극도로 악화돼 대대적인 기업 매각·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투자비는 고사하고 운영비도 건지지 못하고 있는 몇몇 국제전화 1호 사업자들은 최근 잇따라 M&A방침을 굳히고 보유장비를 매각하거나 우량업체에 자사를 팔아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인 H사, 중견기업인 N사, 전문업체인 S사 등은 구체적인 가격까지 제시하면서 M&A를 추진하고 있다.
2호 사업자들도 대부분 명분만 찾으면 사업을 넘기겠다는 업체가 줄을 이을 정도로 「매물 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사업등록만 해놓고 실제 사업은 하지 않으면서 등록업체 수만 늘리고 있는 업체가 여러군데다.
또 일부 별정통신업체는 한국 시장 진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외국통신업체와 매각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한 별정통신 산업은 기반마저 허물어질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더욱이 매각이나 M&A를 당하지 않는 200여개에 달하는 업체는 자체 생존 기반을 잃어 줄줄이 도산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회원이나 선후불카드 사용자에 대한 보호는 거의 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민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별정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업체에 국내 시장이 완전 개방되는 내년 1월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어서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은 급류를 탈 것』이라고 전망한 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별정업계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업체는 한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음성서비스를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사업자로서의 진출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안정적인 콜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 별정통신업체나 독자기업 중 우량기업만을 골라 제휴 및 지분투자 협상을 진행할 공산이 크다.
또 다른 별정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업에 지친 나머지 몇몇 사업자들이 매각하려고 나섰지만 다른 업체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고 지적하고 『사업성을 상실한 업체를 떠안았다가 지금 벌이고 있는 사업마저 부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