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벤처, 제자리 찾을까?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민간 벤처캐피털과 500여억원을 직접출자해 설립한 다산벤처(대표 김유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가 본격 출범을 앞두고 성격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당초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진공에서 500억원을 출자하고 KTB네트워크와 우리기술투자 등 민간 벤처캐피털에서 13억원을 출자해 지난달 법인 등록한 다산벤처는 삼성동 무역센터빌딩에 둥지를 틀고 현재 중기청 벤처기업국 창업지원과장 출신의 서창수 이사를 중심으로 10여명의 인력을 구성, 이달 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다산벤처는 지난해 말 중기청이 벤처기업특별법까지 고쳐가며 전략적으로 설립을 유도한 국내 첫 공공 벤처인큐베이션 전문법인이라는 점에서 출범 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창업부터 투자·보육·컨설팅·정보제공 등에 이르는 종합 벤처인큐베이션업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다산벤처는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자본금(1000억원)이 절반 가까이로 대폭 줄어든데다 기능이나 역할면에서 민간 관련업체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 제 색깔을 내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산벤처와 유사한 벤처 인큐베이션업체가 난립, 오히려 이 시장의 과열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먼저 다산벤처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투자부문의 경우 전문 투자회사인 창투사 수가 125개를 넘어섰으며 신기술금융사를 비롯해 증권·은행·투신·리스·카드 등 상장 주식투자나 여신전문사들까지 투자대열에 합류,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 벤처기업, 외국인회사 등까지 합류, 다산벤처의 가세가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숙한 벤처기업에 대한 창업보육 및 컨설팅 지원도 최근 민간 인큐베이션업체가 우후죽순 생겨 다산벤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일반 경영컨설팅업체의 영역확대는 물론 전문 종합 인큐베이션업체가 잇따라 설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기청은 창업보육센터에 대한 전문 컨설턴트를 파견, 지원하는 BI매니저제도까지 도입한 마당에 다산벤처까지 설립하며 이를 지원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산벤처측은 일반 창투사 등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소홀히하고 있는 제조업체나 실험실벤처 등 소외분야로 업무영역을 특화하고 고객의 타깃을 초기벤처에 둘 방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벤처투자 및 인큐베이션업체의 속성상 이같은 영역만을 고집해서는 운영비조차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특히 다산벤처가 공공성이 강한 업체라고는 하나 엄연한 주식회사로서 수익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방침을 계속 고수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즉, 결국에는 민간 벤처투자사나 인큐베이션업체와 같은 선상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다산벤처가 입안 당시만 해도 민간 관련 부문이 취약해 취지를 살릴 수 있었으나 벤처인프라산업이 빠르게 성장,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다산벤처가 지금부터라도 국내 벤처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존재로 부각될 수 있도록 그 위상과 기능을 새로이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