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12월 결산 상장사의 1·4분기 실적이 대폭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적은 분기순이익이 무려 16조원에 육박하는데다 지난해 총 이익의 60%를 차지하는 등 외견상 엄청나게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분기 실적이 처음으로 발표돼 비교기준이 없고 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부 부풀려졌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실적호전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분기실적 현황=이번에 분기보고서를 낸 549개사의 총매출은 123조807억원이나 되며 경상이익과 분기순이익은 7조3589억원과 15조8476억원이나 됐다. 또 지난해와 비교가 가능한 496개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총 매출은 111조3845억원으로 지난해 총 매출의 27%를 차지하는데 그쳤으나 경상이익은 7조2717억원으로 지난해 총 경상이익의 43.7%나 됐다.
분기순이익은 대우의 채무면제이익이 포함돼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당기순이익의 60.8%를 넘어 수치만 가지고 보면 이미 지난해 총 이익의 절반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 된다.
증권거래소는 이처럼 매출에 비해 경상이익 총계가 대폭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외형성장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에 힘썼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항공운송업과 기타 기계 및 장비제조업, 의료·정밀·광학기기 및 시계제조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흑자를 기록했으며 10대 그룹의 경우도 한진과 쌍용을 제외한 8개 그룹이 흑자행진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분기순이익이 1조9195억원이나 됐다.
◇실적에 대한 평가=이번 실적발표는 증권거래법이 개정된데 따라 처음 발표되는 것이어서 비교기준이 될 수 있는 작년 동기실적과 비교를 할 수 없는 등 평가 자체가 어렵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설명이다. 대우증권의 하상주 조사부장은 『올해 처음으로 분기실적이 발표돼 비교대상을 찾기 힘든데다 작년의 경우도 2·4분기부터 실적이 대폭 호전됐기 때문에 평가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교기준이 없다보니 이번 실적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 LG투자증권의 양성호 기업분석팀장은 『자체적으로도 100여개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정밀분석을 해본 결과 실적자체가 굉장히 좋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가 호전되면서 영업쪽에서 좋은 수익을 냈을 뿐 아니라 지난해 구조조정 등의 노력으로 금융비용이 줄어드는 등의 이유로 실적이 상당히 호전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증시 일각에서는 이번 실적 발표가 퇴직금 충당금 등 공동비용이 거의 계상되지 않았고 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부 부풀려진 수치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거래법 시행규칙에는 분기보고서의 경우 공인회계사의 확인이나 의견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순익이 지난해 총 순익규모를 넘어서는 회사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이번 실적은 감사가 이뤄진 것이 아닌데다 상당부분 공동비용이 포함되지도 않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기업펀더멘털스가 여전히 좋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적호전과 주가=이번 실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다 분기실적 자체가 이번에 처음 발표된 것인 만큼 이같은 실적이 그대로 주가에 반영될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을 표시했다.
LG투자증권 양 팀장은 『이미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기업가치가 너무 싸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것인 만큼 주가하락을 저지하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실적을 토대로 실적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호전되고 있는지 여부와 저 주가수익비율(PER)주인지의 여부를 가려 투자하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