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현장을 가다>6회-ETRI 생체의용공학 연구개발 현황

정보통신 응용 기반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즈 앨런 해밀턴은 한 보고서에서 소위 선진국의 경제부흥은 정보통신 분야가 주도했으며 이 분야의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산업에 대한 정보통신 인프라는 어느 정도 잘 구축되어 있지만 비슷한 수준의 개도국에 비해 첨단기술의 수요창출 및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개발은 뒤처지고 가용 자원의 활용성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과학 기술자들은 지금까지 발달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이 21세기에는 생명과학 분야에 도입돼 상당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이제부터라도 많은 관심을 지니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정보통신 기술을 응용한 건강, 의료, 복지 기술 분야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금까지 연구원에 축적된 반도체 기술, 광 통신 기술,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생체 의용 공학 연구를 수행해 왔다.

원천기술연구본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생체의용공학 연구는 반도체 공정을 이용한 MEMS 기술 연구을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건강 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용 센서 개발 연구를 진행중이다.

센서의 소형화, 다기능화, 대량생산화를 위해 반도체 공정을 이용한 MEMS 기술로 비용이 저렴하고 연속 사용이 가능한 전극형 마이크로 혈당센서를 연구해 왔고 그 결과 일부분은 업체에 기술이전되어 상용화 단계에 있다.

이 센서의 제작은 반도체 일괄 공정을 이용하여 전극을 제조한 뒤, 전기화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전극 위에 생체 물질과 고분자 물질을 선택적으로 증착하여 이루어진다.

센서 개발 중에 발견된, 두 층의 전기화학적으로 중합된 비전도성 고분자막을 이용해 포도당 산화 효소를 고정시키는 기술은 국내외 논문 및 국내, 국제 특허로 출원 및 등록이 됐고 각 업체에 기술이전돼 상용화 단계에 있다.

현재는 이 센서를 피부아래 피하층에 집어 넣어 2일 이상 연속적으로 포도당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생체물질과 보조전극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유체를 제어하는 미세유체 공학기술과 선택적인 생화학적 물질 증착의어레이 기술과 같은 MEMS 원천 기술에서부터 피부에 손상을 주지 않고 혈액을 추출하는 기술 등의 다양한 생체 공학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ETRI는 또 광 소자의 두께나 굴절률을 측정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고 있는 고감도의 광 기술을 생체 성분 분석에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소산파를 이용한 생체정보 광 감지 기술의 연구로 도파로(Waveguide)형 광 센서, 표면 플래즈몬 공명 센서, 파이버 형 광 센서의 형태로 제작되어 생체 성분의 정량화가 시도되고 있다.

소산파 감지는 빛이 가이딩되는 도중에 전반사되는 조건에서 굴절율률 다른 두 매질 사이에서 일어나게 되며 감도가 매우 높아서 바이오 칩의 마이크로 어레이를 감지하는 도파로 형광 센서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서 이용되고 있다.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의 광 특성이나 감지 모드에 따라 선택돼야 하는 기판이나 광 파이버의 재료 공학 기술, 감도를 높이고 생화학적 분자 물질을 고정하여 선택성을 주기 위한 표면처리 기술, 형광, 흡수, 간섭 등에 기반한 광 신호 감지 기술, 잡음대신호비가 매우 낮은 생체 신호 처리 및 패턴 인식 기술 등이 복합된 광 생체 기술 연구가 진행돼 왔으며 특히 일부 결과들은 국내외 논문으로 게재됨은 물론 국내 및 미국 특허로 출원이나 등록이 돼있다.

그림 1은 반도체 기술 및 광학 기술을 이용하여 원천기술연구본부에서 제작된 마이크로 소자들이다.

ETRI는 생체 신호 및 영상 처리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생체의용공학연구도 함께하고 있다.

다목적 검진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단순 엑스선 영상으로부터 골밀도를 계측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져 결과의 일부분이 국제 논문으로 게재 및 국내, 미국 특허로 등록되어 있고 중소업체에 기술이전돼어 상용화 단계에 있다.

그림 2는 상용화 단계에 있는 골밀도 측정용 소프트웨어다. 이 방법은 손목 요골 원위부 영상에서 골소주 패턴을 분석하여 골밀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이를 이용하여 측정된 골밀도 값은 현재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DEXA(Dual Energy X-ray Absorptiometry)에 의한 정량적 골밀도 값과 0.9 이상의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에 따라 고가의 DEXA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10배 이상의 저가로 더욱 간편하게 골다공증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엑스선 영상처리를 이용한 폐암조기 진단을 위한 컴퓨터 도움진단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ETRI는 현재 이러한 반도체 기술, 광학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이 요구되는 바이오 칩용 마이크로소자기술 연구를 수행 중이다.

생명공학연구소와 공동연구로 진행되고 있는 일종의 단백질 칩인 바이오 칩 연구는 초미세 구조를 갖는 마이크로 소자 및 마이크로 어레이 제작, 마이크로 어레이 상의 반응 혹은 결합 상태를 감지하는 광학적 혹은 전기화학적 감지 기술, 어레이 신호의 전체적인 이미지화와 이미지 프로세싱의 생체 정보 기술로 이뤄져 있다.

초고집적 마이크로 어레이는 각 셀(cell)에 인가되는 전압과 셀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반응이나 결합 후의 정보를 전기적 신호와 광학적 신호로 변환할 수 있는 구조의 웨이퍼를 기판으로 구성하고 있다.

기판의 선택은 바이오 칩의 기능성이나 제작상의 기술성뿐 아니라 경제성까지 고려돼야 한다.

기판으로서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할 경우 단백질과 같은 생체 성분을 검출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광학적 측정 방법상의 제한이 없고 경제성이 매우 뛰어나지만 집적도를 높이는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실리콘 기판의 경우 고집적도 셀 구현은 가능하나 기판 자체의 광학적 투과도가 낮아서 광학적 측정 기술상의 제한이 따른다.

따라서 고집적도와 측정 기술상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마이크로 어레이 제작 단계에서는 1㎠의 기판 안에 수백개의 금 전극과 마이크로히터를 갖고 전극간의 단열이 뛰어난 어레이를 제작하기 위하여 반도체 제조기술을 이용하게 된다.

또한 각 셀의 전압과 표면온도의 조절에 의해 항체, 효소 등의 다수의 생체 물질을 원하는 위치에 선택적으로 증착, 고정시키는 일괄공정 기술로 온도 및 전압의 변화에 의해 전극과 생체물질의 결합 반응을 조절한다.

어레이 위의 반응을 감지하는 방법에는 형광 또는 흡수를 이용한 광 도파로 등의 광학적 방법이 많이 이용된다.

여러 종류의 생체 물질의 결합반응의 결과로 광 감지기 어레이에는 광 신호의 강약에 따라 패턴이 형성되는데 마치 슈퍼마켓에서 바코드를 읽듯이 이러한 패턴을 프로세싱함으로써 개인의 질병 상황을 읽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어레이 신호의 전체적인 2차원 이미지화와 영상처리 패턴인식 등의 정보처리 방법은 생체 정보학(bio-informatics)으로서 선진국에서 매우 큰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ETRI의 바이오칩용 마이크로 소자 기술 연구는 감염 질병의 진단이나 암 진단을 위한 휴대형 바이오 칩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 칩의 다기능 마이크로 소자 및 신호처리 기술이 개발되면 혈액, 체액, 혹은 소변에 있는 건강, 질병 관련의 생체 표시자(bio-marker)들을 피코 몰 이하의 감도로 실시간 측정이 가능하게 되어 병원은 물론 일반 가정 등에서 손쉽고 경제적으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이 나오리라 기대된다.

더 나아가 감지된 생체 정보를 공중망 등을 이용하여 병원과의 유무선 통신을 꾀함으로써 실시간, 원격진료 및 재택진료가 가능해지며 원격 건강관리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바이오 칩과 같은 실시간성, 휴대성, 정밀성, 사용자 편의성을 갖춘 생체 정보 감지 기술이 핵심 요소 기술이 될 것이며 이는 인체 내장형 센서 시스템이나 환경, 식품, 제약, 군사용의 센서 시스템의 기반 기술로도 이용될 수 있는 기술적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외에도 최첨단의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생체의용공학기술이 ETRI 가상현실연구개발센터에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로 난치성 정신질환인 치매를 예방 혹은 치료하기 위해서 기존의 투약에 의한 치료법 대신 일상 생활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그래픽기술을 활용하여 가상으로 모델링하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들을 게임형식을 빌려 노령자들이 스스로 치매를 극복하게 하는 치매 예방·치료 가상현실 기술개발이 있다.

또한 고소공포증, 비행공포증, 폐소공포증 등 정신적인 공황장애를 느끼는 대상자에게 시청각 등의 자극이 현실감있게 제시되고 이들을 상황별 탈감(desensitization)훈련용 컨텐츠 기반 환경에 노출시키서 반복훈련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게 하는 공황장애 치료용 가상현실 기술개발 연구도 진행중이며 지체 부자유자들에게 가상재활도구를 활용한 신체 반복훈련용 컨텐츠를 제시하고 HMD, 글러브 등의 다양한 가상현실용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재활 치료용 가상현실 기술개발 연구도 활발히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생체정보 라이브러리 구축 및 가상현실 의료정보센터의 설립을 통해 고가의 가상현실 의료장비의 운영을 통해 범국민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정보통신 기술과 생명과학 기술에는 각각 독립적으로 많은 연구 인력이 있으나 두 기술이 융합된 분야의 전문 인력은 부족하며 특히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상황이다.

때문에 반도체 소자 제작 기술, 광통신 기술,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 등의 정보통신 기술 관련 경험과 인력이 갖고 있는 ETRI는 생명 공학 관련 연구소 및 대학 그리고 의과대학과의 협동 연구 체제를 이루어 생체의용공학 연구에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생명공학, 의공학 그리고 환경 공학 분야에 있어서 21세기 산업 기술 전반의 다양한 응용제품을 낼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박선희 ETRI 원천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 shp@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