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과 소형 디스플레이로 양극화, 부품의 통합화와 복합화.」
지난 14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 심포지엄 및 전시회(SID2000)에서 나타난 주요 흐름들이다. 이러한 추세는 16일(현지시각)부터 열린 제품 전시회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240여개에 이르는 출품업체들은 대부분 마이크로디스플레이나 유기EL과 같은 소형 디스플레이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프로젝션TV와 같은 초대형 디스플레이 및 관련 부품·소재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소형 화면의 휴대형 전자제품과 대형 화면의 가정용 및 산업용 제품으로 양분되는 수요동향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정보디스플레이의 대표주자인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를 비롯해 일본의 샤프·도시바·NEC 등 주요 LCD업체들은 진열대를 3∼5인치급 소형 TFT LCD와 15인치 이상의 TFT LCD 등으로 가득 채웠다.
특히 삼성·LG·샤프 등은 20인치대의 컬러TV용 TFT LCD를 전면에 내세워 이제는 TFT LCD업체들이 TV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LG필립스LCD의 김우열 상무는 『수요양분 추세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대만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라도 우리와 같은 선발업체들은 LCD TV와 같은 신규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TFT LCD업체들의 적극적인 소형 제품 출시 또한 유기EL과 같은 경쟁적인 디스플레이가 정착하기 전에 우월한 기술과 제조 경쟁력으로 소형 휴대단말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소형 디스플레이로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와 유기EL 관련제품이 두드러졌다.
주로 미국의 중소업체인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칩에다 아예 액정을 얹는 「액정온실리콘(LCoS)」기술을 바탕으로 프로젝션TV나 뷰파인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선보여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또 이름도 낯선 부품 및 소재업체들은 유기EL용 백라이트나 검사장비를 선보여 유기EL의 조기 상용화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기술적인 흐름으로는 거의 모든 디스플레이에 걸쳐 부품을 최소화하거나 기능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일본의 후넷이라는 회사는 컬러필터 없는 1.5인치 LCD를 선보였으며, 미국의 아피안그래픽스는 2개의 디지털 평면패널에 동시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장치를 출품했다. LCoS 역시 부품통합 움직임이 본격화했음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이번에 출품된 통합부품이나 다기능 부품들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데다 소재분야에서는 아그파 등 일부 회사를 제외하곤 출품이 미미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상용화의 길이 아직 먼 단계임을 실감케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국과 일본, 유럽의 중소 부품 및 장비업체들이 대거 출품해 한국과 달리 튼튼한 평면디스플레이 산업기반을 과시했다.
또 관람객 가운데는 일본과 대만 TFT LCD업체 관계자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특히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부스를 찾아와 제품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어 눈길을 끌었다.
<롱비치=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