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건전지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국내 중견 건전지업체와 다국적기업의 공방전이 치열하다.
17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덤핑 최종판정 공청회에서 치열한 논리전을 펼치며 마지막 힘겨루기에 나선 건전지업계의 한판승부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9월. 로케트와 서통이 전세계 건전지시장의 양대 브랜드인 에너자이저싱가포르와 듀라셀차이나가 덤핑 수출에 나서 국내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에 반덤핑관세 부과를 요청하면서 부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예비조사에 착수한 산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3월 싱가포르·중국·일본산 알칼리망간 건전지의 덤핑수입으로 국내업계가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예비판정과 함께 23.33∼128.84%의 잠정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토록 재정경제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에너자이저 등 다국적 기업들은 덤핑수입으로 인한 국내업계의 피해는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17일 열린 공청회에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시장이 위축된 데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수입브랜드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물인데 이를 덤핑수입으로 몰고 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특히 에너자이저측은 『수입건전지로 인해 국내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면 이는 서통 「썬파워」와 로케트 「로케트」 브랜드의 국내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질레트의 판매전략 부재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국내업체들은 『수입급증으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97년 60.7%, 98년 58.8%, 99년 50.2% 등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국내산업의 수지가 악화되고 고용인원이 급감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국내외 업체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외업체가 부당하게 염가판매하고 있는 가격차만큼 반덤핑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자부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양 측의 주장과 그동안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6월중 덤핑방지관세부과 여부를 최종 판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무역위원회는 『WTO반덤핑협정과 국내관세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부과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만약 불공정한 덤핑으로 인해 국내산업에 피해를 준 사실이 있다면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토록 함으로써 공정경쟁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