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우수연구센터 "10년">3회-연구비 재분배 미흡

『교수사회는 평준화가 많이 이루어졌다. 교수 개개인의 역량과 연구실적을 비교하면 소위 명문대라는 대학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

광운대 K교수가 자신있게 하는 말이다. 사립대와 지방대의 교수실력은 국립대나 일부 특수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립대와 사립대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시설 및 재원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경쟁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유사한 능력을 펼치기 위한 제반조건인 학생·시설·연구환경 등은 학교별로 큰 차이가 난다. 일례로 지방대에 재직중인 서울대 출신 교수는 대학원에 석사과정 학생이 없을 정도로 연구환경이 열악하다.

지난 1월 신규 우수연구센터 선정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보는 교수들은 뒷맛이 씁쓸하다.

지난 10년간 막대한 지원을 받은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포항공대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1차 심사 통과 우수과학연구센터 30곳 중에서 9곳을 차지했다.

특히 그간의 센터선정 현황을 보면 이같은 사실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과학연구센터(SRC)는 서울대가 2곳, 연세대·전남대·이화여대·고려대·아주대·포항공대·동국대·한국과학기술원·울산대가 각각 한곳이다.

또 공학연구센터(ERC)는 한국과학기술원 5곳, 한양대 3곳, 서울대 2곳, 연세대 2곳, 광주과학기술원 2곳을 비롯해 포항공대·부산대·성균관대·동국대·충남대 등에 설치돼 있다.

센터지정이 사립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립대에 몰려있고 그나마 이름있는 대학에 대거 포진해 있다.

이에 대해 과학재단은 센터 연구과제는 탁월성 원칙에 의해 선발하며 연구책임자는 국립대·사립대 등에 소속된 우수 연구인력을 최대 20명까지 참여연구원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구성 자체도 자유롭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과제책임자 및 공동연구원은 국내외 대학교수, 출연연·공공연·기업체부설연·대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 대상이다. 센터 설치대학조건은 이공계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이 있는 대학이면 어디나 센터 공모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센터대표자, 과제책임자 및 공동연구원은 1인 1과제로 과학재단의 우수연구센터·지역협력센터·특정기초연구사업·국제공동연구사업에 중복 지원받을 수 없다.

또 신청 당시 과학재단의 기존 연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는 센터 선정 후 1년 이내에 종료해야 하며 예비계획서 제출단계에서는 중복 참여가 가능하나 본계획서에는 중복 참여할 수 없다고 지원요강에 명시해놓고 있다.

그러나 기초과학분야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면서 사립대와 지방대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우수연구센터 선정에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연구환경을 마련할 인력과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 K교수는 『그동안 몇몇 대학에 집중된 지원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타대학 교수들의 고충을 들으면 같은 교수로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입사하는 엔지니어들의 숫자는 상위 몇몇 대학 출신보다 타대학 출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정부의 지원은 소수 대학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광운대 H교수는 『우수연구센터 육성 취지대로 기초과학을 키우기 위해선 지원이 여러 대학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과학기술의 저변확대를 통한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교수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명문대학에 지원이 집중된 만큼 지방대 및 군소 사립대가 상위 몇몇 대학과 동일한 기준에서 경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관계당국이 1%만이라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견해도 상당수다.

특정 대학에의 집중 현실은 지방대와 사립대의 설자리를 마련하기는커녕 싹을 자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가 지원을 결정할 때 어디에 지원해야 하는가에 좀 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며 익명을 요구한 모교수는 『몇몇 대학에 집중 지원하는 것은 전체적인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위 몇개의 대학이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국에 산재한 이공계 교수들의 연구의욕을 꺾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전체적인 실력향상을 유도해야 하는데 당국은 항상 선택과 집중이라는 논리로 경쟁을 자극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자유와 지정 과제로 나뉘어 있는 체제를 미리 국가적 혹은 세계적 추세를 파악해 미래에 필요한 기술에 대한 목록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교수사회에서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현재와 같이 신청과제가 선정되면 그대로 적용되는 상황에서 포괄적이고 종합적 미래비전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려대 H교수는 『국가가 나서서 향후 기술적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해당분야 과제를 지원해야 한다』며 『대학교수 및 기업 관계자 또는 외국의 석학을 초빙해 기술흐름을 파악하고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센터의 역량이 변화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