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코스닥시장이 130선까지 밀리면서 이제 심리적 지지선 자체가 의미를 잃었다는 분위기다. 거래소시장도 언제 700선이 붕괴될지 불투명하게 됐다. 제3시장의 경우도 제외가 아니었다.
◇인터넷이 코스닥 폭락의 공범=인터넷 업체들의 실적부진이 코스닥시장의 폭락세를 가속시켰다. 1·4분기 실적발표 결과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대표종목들이 영업이익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인터넷업체들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이 높아졌고 여타 정보기술(IT) 업종까지 파급돼 폭락장세를 이끌었다.
새롬기술의 경우 별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금융이자로 순이익을 늘려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달 초 3만5000원대이던 주가가 2만원대 이하로 하락했으며 다음커뮤니케이션, 한국정보통신, 인터파크 등 대다수 인터넷업체들이 큰 폭의 주가하락을 보이며 코스닥시장의 폭락을 유도하고 있다.
인터넷업체들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악재들만 나오다보니 폭락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결국 코스닥시장 폭락의 주범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동안 과도한 증자도 인터넷업체들의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별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다보니 증자 등 증시에서 자금을 과도하게 끌어가면서 유통주식수가 많아져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인터넷업체들이 현재로선 폭락장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다만 증시가 안정을 되찾아 가면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업체들에 한해 주가 상승이 실현될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도체도 영향권 못 벗어=그동안 건강한 체력을 유지한 반도체 및 관련 업종도 이번 증시 폭락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반도체 관련 종목은 거의 모두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대신증권 진영훈 연구원은 『반도체 테마군을 매수하는 세력이 삼성전자로 배를 갈아타기 위해 다른 종목을 투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반도체 종목의 하락은 수급불안에 따른 심리적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업체들의 1·4분기 실적은 양호한 상태며 반도체 경기는 앞으로 2년간 좋아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으로는 반도체 우량주들을 저렴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컴퓨터도 예외없이 폭락=1·4분기 매출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18일 컴퓨터 및 SW관련 종목들은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전체 증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컴퓨터 및 SW의 특성상 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경우 성장주에 대한 불안감이 주가폭락을 부채질하는 반면 컴퓨터 관련종목들은 실적에 기반해 있어 주가 회복시 가장 앞서 상승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적인 증시 폭락에도 불구하고 18일 유니텍전자와 쌍용정보통신은 주가가 올라 이목이 집중됐다. 유니텍전자는 전일보다 6만3000원(11.68%)이 올랐으며 쌍용정보통신은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독야청청」을 과시했다.
◇코스닥 대형주 외국인 매도=외국인들이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대형주를 매도하면서 코스닥 지수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지난 1월 말 상승장세로 접어든 이후 외국인의 주 매수대상이었던 시가총액 상위사들의 1·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망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지적이다.
외국인은 이날 46억원이 넘는 매도물량을 내놓는 등 5월 한달동안 950억원을 순매도 했다. 종목별로는 심텍이 코스닥종합지수가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3월 10일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이 21.89%에 달했으나 16.37%로 외국인 비중이 가장 많이 줄어 들었고 드림라인(5.23%포인트), 터보테크(4.90%포인트), 주성엔지니어링(2.41%포인트) 순으로 외국인 비중이 축소됐다.
설종록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대형주에 대한 실망매물 출회가 지수하락을 이끌고 이에 따라 손절매(Stop Loss) 물량이 나오고 다시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어 외국인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 말했다.
◇거래소 SK텔레콤 외에 모두 하락=이날 주식시장의 폭락장세가 연출된 거래소시장은 SK텔레콤을 제외한 삼성전자,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지수관련 종목들이 대부분 하락했다. 특히 SK텔레콤과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종합주가지수는 IMF 수준인 400선대로 떨어진 것이어서 증권가의 우려감은 깊어가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IMF때와는 국가경제가 본질적으로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장세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의 수급불안보다는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금융권 구조조정 같은 시장요인을 조속히 제거해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증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