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벤처캐피털 업계의 비전...

김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최근 「허준」이라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사극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같은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연출가의 뛰어난 연출력과 작품성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허준」이라는 개인이 갖는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TV만 켜면 정치·사회·경제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어둡고 실망스런 모습이 다반사인 세상에 어떤 어려움에도 의원이라는 신분과 원칙을 잊지 않고, 환자를 돌보는 일에 지극정성을 다하는 자세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본다.

이같은 허준의 자세는 벤처산업에 종사하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벤처기업의 주가가 최근 많이 내려갔지만 전체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벤처산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벤처기업가, 벤처산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벤처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벤처캐피털 업계가 지속적으로 벤처산업 성장을 위하여 건전한 투자환경 조성 및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외면받고 퇴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이에 벤처캐피털협회는 지난 3월 벤처투자에 관한 벤처캐피털 업계의 윤리강령을 제정해 이를 준수할 것을 결의하고 금융질서를 문란케 하는 자금조달행위, 정통적 투자외 이면계약에 의한 자금조달행위, 불공정 투자계약 등의 행위를 하는 회원사들에는 자체적으로 징계지침을 마련, 시행하기로 했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이러한 투자윤리강령을 준수하여 올해 업무목표를 「유망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벤처기업과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기반 마련」으로 세우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벤처정책 및 제도개선 분야, 국제화 분야, 교육 및 연수분야 등의 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

정책 및 제도개선 분야에서는 정책자금 공급방식의 개선, 창투사 회계기준 통일화, 창업투자조합 표준규약 마련, 창투사 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을, 국제화 분야에선 해외 벤처캐피털 업계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미국 벤처회의 개최, 국내 경제 및 산업현황을 해외 투자가에게 알리기 위한 영문 홍보책자 발간을, 그리고 교육 및 연수분야에선 최고경영자를 위한 세미나 개최, 중간관리자 연수, 벤처산업을 이끌어갈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계획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자정노력이 이처럼 가속되고 있는 이때, 경제계 일각에서는 투신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 다소 불안정한 분위기가 일고 있다. 그러나 벤처산업에 종사하는 기업가·투자가·정부가 분발하여 현재 상황에 대한 안일한 자세와 우유부단함을 경계하고 「벤처산업 육성을 통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한다」는 명확한 비전을 갖고 각자가 기본원칙과 룰을 지킨다면 5년 또는 10년 후에 세계 최강의 벤처강국 대열에 오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러한 일들은 벤처캐피털 업계 혼자만이 아니라 벤처기업 및 정부의 뒷받침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또한 명심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벤처캐피털의 과잉경쟁 및 부실을 막고 건전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정한 벤처캐피털사를 유지하기 위한 설립요건 및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부실 벤처캐피털사는 과감히 퇴출시키는 정책을 펴서 벤처기업이나 벤처캐피털이 확고한 기틀을 다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