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새로운 관계의 설정...TV프로그램제작사협회 심재주 사무총장

우여곡절끝에 통합방송법이 통과되었고 이 법을 실제로 적용할 시행령도 지난 3월부터 확정돼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큰 변화가 없는 한 새 방송법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독립제작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장기적인 입장에서 독립제작사의 균형있는 육성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방송법 등 제도적인 차원에서 뒷받침해 주도록 요구해 왔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제58조 1항에서 방송사는 「방송사업자가 아닌 자가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을 매월 전체 방송시간의 100분의 40 이내에서 방송위원회가 고시하는 비율 이상 편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항에서는 「전체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의 100분의 30 범위 안에서 방송위원회가 고시하는 비율을 초과하여 방송사업자의 특수관계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편성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에 의거해 최근 방송위원회는 의무제작 외주비율을 25%선으로 정하고 방송사의 자회사 등 소위 특수관계자의 의무 제작비율을 5%로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시행령이나 방송위원회의 고시비율에 나타나 있는 수치(數値)가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정신이다. 독립제작사들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다채널 다매체의 무한경쟁시대에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가 다 함께 건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주장해 왔다.

특히 앞으로 위성방송시대의 개막과 함께 엄청난 양의 제작 수요를 충족시키자면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가 결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게 독립제작사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방송사가 대승적 차원에서 독립제작사를 경쟁력 있는 상대로 커갈 수 있도록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새방송법 정신에 걸맞은 새로운 기본관계를 설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기본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몇가지가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첫번째로 지적할 것은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간에 관행처럼 돼 온 계약을 시대정신에 맞게 고쳐나가는 게 필요하다.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간의 불평등 계약 관행을 일일이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경우를 벗어난 지나친 불평등은 시정되어야 한다.

둘째로 적절한 제작비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미 IMF가 끝이 나고 방송사들이 높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독립제작사의 제작비만 IMF 당시의 삭감된 가격을 계속 적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동반자관계라 할 수 없다.

셋째, 방송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소위 「특수관계자」라는 자회사 또는 위장된 자회사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독립제작사를 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한 지렛대로만 이용한다거나 특수관계자의 들러리로만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독립제작사의 저작권을 볼모로 잡아 세계시장 진출을 막는 것도 미래영상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모든 분야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어쩌면 영상분야야말로 가장 치열한 격전장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시기에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가 다 함께 살아남는 길은 동반자적인 공존의 원칙과 사고를 확립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