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SL 표준 논쟁 2라운드 주목

「SET(Securt Electronic Transaction)」 기반 전자지불 표준이 전자상거래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SSL(Secure Socket Layer)」이 주도하던 전자상거래 지불 표준에 SET가 한층 강화된 기능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에 따라 국내 지불시장을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SET 기반 솔루션을 갖고 있는 한국사이버페이먼트(KCP·대표 이성용)는 가격이 저렴하고 기능이 한층 강화된 SET기반 솔루션을 다음달 선보이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

△SET와 SSL 표준경쟁 1라운드=SET는 인터넷을 통해 전자상거래시 카드번호와 구매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지불 프로토콜이다. 마스타와 비자카드, IBM,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해 개발했다. 반면 SSL은 넷스케이스에서 개발한 암호전송 프로토콜로 X.509 인증방식을 이용한 지불 표준이다. SET는 메시지를 암호화할 수 있는 공개키와 이를 해독할 수 있는 비밀키 2개의 열쇠를 사용하는 데 반해 SSL은 통신상의 특정 레이어를 통과하는 메시지를 암호화해 이를 해독할 수 있는 키를 가진 사람만이 정보를 열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쇼핑몰과 카드사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고 지불에 따른 승인이나 정산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대표적인 지불 표준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쇼핑몰업체를 중심으로 지불 게이트웨이 시스템 수요가 급증하면서 SET와 SSL은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SET는 암호화에서는 앞서는 데 반해 다운로드 시간이 길고 이용하기가 불편해 결국 SSL방식 지불 표준이 시장을 평정했다. 실제로 SSL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가진 이니시스나 데이콤은 국내 대부분의 쇼핑몰업체를 독식한 데 반해 SET기반 솔루션 전문업체인 KCP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1라운드 표준 경쟁에서는 SSL이 SET를 KO패시킨 셈이다. 이에 따라 비씨·국민·삼성·LG카드 등 주요 카드사의 강력한 후원에도 불구하고 SET는 패배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SET 기반 솔루션 부상=하지만 최근 KCP가 전열을 가다듬고 기존 SET기반 솔루션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한 지불 중개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지불 표준 시장의 「뒤짚기」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KCP는 컴팩 등 유수의 IT업체와 공동으로 그동안 SET 제품의 가장 큰 불편함이었던 다운로드 시간을 수초내로 줄인 시스템 개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사용하기 손쉬운 점과 보안성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지불 표준에서 가장 중요한 보안과 관련해서는 SET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SSL의 암호 비도는 최고 수준이 128비트에 불과한 데 비해 SET는 1024비트에 달하기 때문이다.

KCP는 이 시스템을 선보이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쇼핑몰업체는 물론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기업간(B2B)전자상거래나 인증업체를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 나간다는 전략이다.

KCP 이성용 사장은 『그동안 전문가들이 SET가 지불시장의 표준으로 적합하다고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다운로드 시간이 길고 불편하다는 점 때문에 고전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이를 보완한 제품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어 흥미진진한 시장 경쟁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SSL의 완승으로 끝난 1라운드 지불 표준 경쟁이 2라운드에 어떻게 전개될지 관련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