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펼치는 정보화 정책은 수박 겉 핥기식 아닙니까. 그동안 정부의 정책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거창한 말만 앞세우는 것이 아닌가요.』
『예전에 언론에서 정부가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대책을 내놓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 근본적인 방안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중소기업인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대책안에 환영의 뜻을 비치면서도 어딘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화려한 청사진과 달리 중소기업체들의 생각은 거리가 있다.
이는 정부의 정책에 어딘가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정부가 중소기업 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정보화지원에 대한 인식은 크게 개선되어 왔다.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정부 기관과 관련 투자기관들이 기업지원에 있어서 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중소기업 육성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이 지원 대상자인 중소기업인들로부터 환영을 받지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많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쥐꼬리만한 예산 책정과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중소기업의 정보화 추진 관련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청에 올해 배정된 관련 예산은 고작 15억원. 국가프로젝트 가운데 그런대로 의미있는 사업이면 그 예산은 적어도 수십억원대에 이른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보면 수만개의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추진해야 할 중기청의 올해 예산은 너무나 적다. 이 예산으로 올해 구상해 놓은 정보화 관련 사업을 모두 해결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밖에 없다.
전자상거래 순회설명회를 비롯해 중소기업 우수 홈페이지 경진대회, 정보화 인큐베이터 사업, 정보화 지원센터 확충, 전자상거래 물류 시스템 구축 등 당장 진행해야 할 사업들이 줄줄이 밀려 있는 것이 이해된다.
중기청의 중소기업정보화 전략에 홈페이지 구축 및 세제감면 등 기초적인 분야에 머물러 있는 것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같은 현실이 안타까운 것은 오히려 중기청 실무 담당자들이다.
『쓸 곳은 많은데 예산은 한정돼 있으니 어쩔 수 없죠. 적은 돈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현 시기를 놓쳐버리면 중소기업의 정보화 추진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올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정보화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때입니다. 이 때를 놓쳐버리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서 정보화 측면에서 상당히 소외될 것입니다.』
담당 행정 공무원들조차도 정부의 추가적인 예산 지원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을 인력 문제도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예산도 예산이거니와 정보화 사업을 이끌고 갈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기청 정보화지원과 담당 공무원 9명을 포함해 지방 중기청 등 정보화 지원사업에 관련된 인력은 고작 20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방 중기청에는 정보화 담당 직원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원총괄과에 소속된 공무원이 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은 260만개에 달한다. 이에 비춰 보면 중기청 공무원 1인당 13만개의 업체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의 정보화가 수박 겉 핥기식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음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발표된 정보화 관련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듯이 관심은 있지만 방법을 몰라서 정보화에 접근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중소기업의 정보화추진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같은 인력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많은 지방 대도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전·충남 지역의 사례를 한번 보자. 중기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기존의 대전·충남 중기청이 폐지됐다.
지방 중기청의 기존 업무를 중기청에서 대신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정책 입안도 버거운 상황에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력은 이미 떨어진 지 오래다.
따라서 이 지역의 정보화 추진은 다른 도시에 비해 자연 뒤처질 수밖에 없다.
모든 지역에서 균형있게 추진돼야 할 정보화 사업이 소리만 요란할 뿐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청에서도 직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힘에 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체계적인 정보화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절실합니다.』
21세기 인터넷 강국을 꿈꾸는 나라.
세계속의 한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정보화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 과제임에 틀림없다. 중소기업 정보화가 산업경쟁력의 요체가 된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가 앞장서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촉진한다면 승산은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고 구해 경영에 반영하고 업무의 효율화를 꾀한다면 우리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근시안적인 행정 정책보다 현장 중심의 보다 현실적인 대책방안에 앞장서야 한다. 많은 예산배정은 물론 예산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기업 정보화 추진 행정전문가 양성이 꾸준히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