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다음달 1일부터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을 전격 폐지키로 방침을 정하자 일선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점에서는 각사 입장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유통점들은 일단 보조금 폐지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향후 보조금이 아닌 다른 형태로 시장이 정상 유통구조를 갖출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또 보조금 폐지냐, 얼마나 가겠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이동전화 유통시장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현황=현재 이동전화 유통조직은 각 이동전화사업자에 소속된 대리점과 대리점에 속한 판매점, 직접 판매는 하지 않고 소매점에 물건을 공급해주는 딜러점 등의 형태로 구성돼 있다. 물론 특정사업자 대리점들이 다른 사업자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업자가 한가지 형태로만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대리점들은 고객관리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며 판매점들은 판매마진, 딜러점은 유통과정의 마진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해지후 재가입이 주를 이루는 현 시장상황에서는 단말기 보조금이 높아 수요가 많이 발생하면 판매점과 딜러점의 상황이 좋고 단말기 보조금 축소 등으로 가격이 올라 수요가 위축되고 해지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대리점들의 사업이 원활해진다.
◇ 영향=6월부터 단말기 보조금이 폐지되면 단말기 가격은 대폭 높아진다. 가격상승은 곧바로 수요감소로 이어져 이동전화 유통시장은 냉각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일선 유통점들은 대체적으로 정통부의 보조금 폐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유는 어차피 해지후 재가입이 주를 이루는 시장상황에서 가입자를 유치해도 그만큼의 해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사업자가 보조금을 없앤다면 구태여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업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이미 확보한 가입자로부터 나오는 고객관리수수료를 안정적으로 받는 것이 낫고 수익구조 개선에도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가입자수가 평균 미만인 소형 또는 신규 대리점과 딜러망의 정리는 불가피한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유통점들은 보고 있다. 또 판매점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동전화 수요급증과 더불어 난립했던 판매점 수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망=이번 보조금 폐지는 결국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영업력이 없는 대리점을 정리하는 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화상태에 이른 부문의 유통시장 상황이 그렇듯이 이동전화시장도 대형 유통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점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의 가격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다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유통점 존폐의 관건은 당분간 불어닥칠 수요한파를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평균 이상의 가입자수를 확보하고 있어 고객관리수수료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중대형 대리점의 상황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또 가격상승과 유통구조 단순화로 전자상거래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정통부의 보조금 전면 폐지가 지금까지의 관행을 완전히 뒤엎는 파격적인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완할 만한 제도적인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유통점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소비자와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행정이라고 비난하면서 정통부가 또 다시 개입한 이상 자율경쟁을 할 수 있는 일정 틀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