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25) 벤처기업

해외 진출<15>

그러나 라사는 무엇인가 분위기가 달랐다. 먼저 승복을 입은 라마승들의 모습이 달랐고, 티베트 원주민으로 보이는 주민들의 표정이 달랐다. 라마승이나 원주민들의 표정은 모두 굳어 있었는데, 표정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저항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라마승들의 무표정에서 억압 받고 있는 민족의 저항을 보는 기분이었다.

라사에서 이틀을 보낸 후 나는 중경으로 날아가 그곳에서 하루를 지냈다. 중경에는 특별한 관광 명소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경은 다른 중국 도시와는 달리 강을 끼고 산악으로 되어 있어 비탈과 돌계단이 많았다. 중국에 그렇게 많이 눈에 띄던 자전거 물결도 이곳은 별로 없었다. 이곳의 현지 여행사 안내자는 길림에서 온 젊은 조선족 청년이었다. 그는 여행 스케줄에는 없지만 나에게 임시정부 청사를 보겠느냐고 물었다. 김구가 마지막 임시정부 주석으로 있었던 곳이었다. 그곳은 도심의 커다란 건물 옆에 있었다. 청사 앞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한 시대에 국가가 없을 때 젊은이들이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고 상상했다.

중경은 도시가 강에 둘러싸여 있어서인지 항상 안개가 자욱하다. 태양은 보이지 않으나 무덥다. 밤이 되어도 무더위는 계속되었다. 에어컨이 있는 호텔에서 나가고 싶지 않을 만큼 무더웠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날 목적했던 양자강 투어를 하였다.

양자강은 청해의 티베트 고원인 탄구라 산맥에서 시작해 황해로 흘러든다. 길이가 6300㎞로 중국에서는 가장 길고,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길다. 이 강의 중간 지점인 봉절에서 선창까지 194㎞ 사이에 구당협, 무협, 서릉협이 있다. 이것을 합쳐 삼협이라고 하며, 이곳을 지나는 동안 절경이 이어지는 협곡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중경에서 무한까지 이어지는 2박3일 여행스케줄을 잡았다. 삼협은 2일째 아침부터 점심때까지인데 첫날과 3일째는 강만 보인다.

양자강을 배 타고 지나면서 나는 단순히 관광을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다. 양자강에 댐을 건설하려면 무한쪽 하류로 내려가서는 불가능하다. 댐이란 평지에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대륙은 대부분이 광활한 평야지만 협곡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자강에서의 협곡은 바로 내가 배를 타고 지나가는 삼협 부근인 것이다. 벼랑과 벼랑으로 이어지는 그 협곡을 막으면 대단한 댐이 건설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상류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용수기능이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