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투자기관협, 운용체계 개선 시급

정부가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부품·소재 분야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출범시킨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가 초기부터 운영상의 문제점을 드러내 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25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산자부는 벤처산업 저변확대 및 업종별 균형발전이라는 모토 아래 유망 부품·소재기업에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말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산하에 38개기관으로 구성된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회장 조병식 한솔창투 상무)를 설치, 지난 23일 4개 기업을 대상으로 1차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날 투자유치 대상업체로 참여한 업체 중 코스닥 등록 막바지 절차를 밟아왔던 업체가 포함된데다 일부 업력이 20년 전후인 중견업체들이 대상기업으로 선정, 업체선정 과정부터 무리가 따르는 등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업무추진을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투자기관 관계자들은 『아직 운용 초기이고 시간이 촉박해서 그런 것으로 이해하지만 첫 단추를 꿰는 것이 중요하듯이 투자대상기업의 선정을 더욱 신중히 해 실제 투자가 필요한 유망 부품·소재 벤처기업을 발굴,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첫 설명회치고 준비가 소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참가기관에 투자기회를 주는 것만으로 2000만원의 연회비를 받는 것도 너무 비싸고 참여업체의 제한이 전혀 없어 진입제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협의회에는 창투사·신기술금융사·금융기관·일반법인 등 벤처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면 2000만원만 내면 누구든 원천적으로 입회를 막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은 물론 은행·투신·종금·파이낸스사 등 기타 금융기관이나 일반법인들이 대거 협의회에 참여할 경우 과열경쟁에 따라 회비만 내고 투자를 못하는 기관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벤처캐피털과 달리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조기 투자회수를 선호, 건전한 투자분위기 조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8개 정부산하 및 출연연구소로 구성된 「부품·소재 통합연구단」의 권한이 큰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 즉, 투자여부는 투자기관 자율이지만 투자결정의 중요한 잣대인 기술성 평가 등을 총괄하는 통합연구단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산자부 자본재총괄과 황규연 서기관은 『부품·소재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정말 돈을 버는 기업을 많이 만들자는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며 『이번 1차설명회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며 앞으로 협의회 진입장벽 등 현재 드러난 문제점들은 하나씩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자부는 앞으로 부품·소재 분야의 벤처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관련 특별법 제정과 투자기관협의회를 법적기구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