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의 정보화 및 연구개발투자가 IMF이전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25일 전경련이 발표한 「기업의 정보화투자 및 연구개발투자 동향」은 기업의 정보화 및 연구개발 투자비가 대폭 늘어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그동안 문어발식 확장에만 급급해왔던 우리 기업들이 IMF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원가절감 및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보화 및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린 것이다.
전경련이 발표한 500대 주요기업의 정보화투자 및 연구개발투자에 따르면 올해 500대 기업의 정보화투자는 전년대비 58.7% 증가한 8005억원. 이는 기업 총 투자금액의 2.6%에 해당하며, 순수 연구 개발 투자비의 55%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규모다.
이처럼 기업의 정보화 투자가 급증한 것은 IMF를 거치면서 원가절감 및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기업의 전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정보산업 육성정책과 함께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벤처, 인터넷열풍 등 정보화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한 원인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업의 연구개발투자가 지난해보다 38.7% 증가한 것은 IMF로 위축됐던 기업의 연구개발투자가 정상화됐다는 측면에서 성장기반 위축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라는 일부의 불안요소를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구개발투자 증가추세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이행과 선진국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번 조사에는 정보화 및 연구개발 인건비는 24∼45% 이상 높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인력증가율은 한자릿수에 그쳐 기술발전에 따른 인력부족현상도 있지만 기업들이 벤처기업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아웃소싱 비중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정보화투자 목적의 절반에 가까운 42.5%가 MIS인 것은 우리 기업의 정보화부문이 아직 초기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교적 높은 정보화 수준인 ERP와 데이터웨어하우스에 대한 투자가 20% 넘어선 것이다. 이는 전기, 전자업종을 중심으로 한 일부기업의 경우 정보화가 상당수준 이뤄졌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반면 연구개발투자의 경우 주요기업들은 기존 생산제품의 개량 및 고품질화에 치중, 신규업종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과 기초연구에도 비교적 관심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기업들의 경영이 안정위주의 보수적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정보화확대의 최대 걸림돌은 과다한 소요자금으로 나타나 정부의 자금 및 세제지원이 필요하며, 연구개발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