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컴퓨터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디지털 카메라가 뛰어난 화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전통적인 필름 카메라를 대체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번 주 월드 리포트에서는 언더스탠딩앤드솔루션스(Understanding & Solutions:U&S http://www.undansol.co.uk)에서 조사, 분석한 「디지털 카메라시장 동향과 전망」을 소개한다. U&S는 1987년에 설립된 영국의 시장 조사 기관으로 세계 유력기업에 음악, 비디오, 저장 매체, 광 디스크, 가전 및 방송 사업 분야에 관해 전략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U&S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등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편집자
몇년전 디지털(스틸) 카메라가 가전 제품으로 처음 출시되었을 때, 해상도는 100만 화소가 채 되지 않는 낮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를 단지 신기한 물건으로만 생각했다.
당시 디지털 카메라의 주된 목적은 가족이나 친구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었으며 화질은 35㎜ 필름의 컬러 사진에 훨씬 못미쳤다.
그러나 1998년 200만 화소의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35㎜ 필름에서 인화한 사진과 해상도가 유사한 표준 규격의 사진이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30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같은 선명도를 유지하면서 크기는 훨씬 더 큰 사진을 출력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적인 발전은 가격 하락과 맞물려 세계 3대 시장인 미국, 유럽, 일본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작년에 45% 성장하게 했으며 판매대수도 3개국서 500만대에 달하게 했다. 이런 현상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뿐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디지털 사진 출력물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들에도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독일과 함께 서유럽 시장을 50% 장악하고 있다. 영국이 강세를 보이게 된 이유는 딕슨스 그룹(Dixons Group) 덕분이다. 딕슨스는 처음 사진 체인점으로서 사업을 시작했으며 그 후 1970년대 가전 제품 시장으로 진출했다. 딕슨스의 모든 대리점은 카메라와 컴퓨터를 동시에 판매했고, 이 때문에 딕슨스 대리점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체인점은 인터넷 화질 수준(즉 100만 화소 이하)의 카메라를 컴퓨터와 이미지 조작 소프트웨어와 함께 묶음판매(번들)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런 판매 방식의 한가지 단점은 디지털 카메라가 단순히 「인터넷 장난감」으로 개발된 신기한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영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기존의 사진 또는 디지털 이미지를 현상해서 안전한 전용 웹 사이트에 업로드해주는 신종 서비스업체가 생겨났다. 이제 이용자와 방문객들은 암호를 입력하고 웹 사이트에 들어가 이미지를 이용해 디지털 사진 앨범을 간편히 만들 수 있다.
이런 서비스는 인터넷 이용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미국에서 분명히 인기를 끌 수 있는 서비스다. 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업체 중 하나가 99년초 시애틀 필름웍스(Seattle Filmworks)에서 설립된 포토웍스(Photoworks)다. 이 회사는 75만명 이상의 고객이 8500만 건의 이미지를 자사의 웹 사이트에 업로드했고, 이로써 최대의 인터넷 사진 저장 사이트로 성장했다. 포토웍스의 서비스는 기존 필름 사진과 디지털 이미지를 모두 다루고 있으며, 이 이미지들은 고객의 계정이 살아 있는 동안 무료로 저장된다.
이런 사이트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은 기존의 가정용 프린터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나은 화질의 하드카피 사진 출력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프린터 기술과 소모품의 발전으로 가정에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고화질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런 장점은 곧 매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전통적인 필름 카메라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찍은 사진을 즉시 볼 수 있고 피사체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삭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면 필름 한 통을 다 소모하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한 장의 사진이라도 컴퓨터로 업로드한 후 가장자리 부분을 다듬어 잉크젯이나 레이저 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다. 이렇게 인쇄한 사진은 필름 사진만큼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 사용자가 즉시 출력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저장장치 용량이 다 찼더라도 컴퓨터에 즉시 옮기지 않으면(예를 들어 휴가중) 저장장치를 비울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일반 카메라 필름을 교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메모리와 교체해야 한다. 또 저장장치는 매년 40% 정도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50달러대의 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한 두개 이상 여분의 저장장치를 살 가능성은 낮다.
사실 4MB∼8MB의 메모리가 제공되는 저가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용량(메모리)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울러 렌즈의 품질과 광학 줌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는 사실은 기존 필름카메라 부품을 판매하는 회사에는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PC 연결성과 배터리 수명 또한 디지털 카메라 구입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카메라를 재구입하는 사람들은 특히 배터리 수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해상도가 증가함에 따라 메모리에 대한 수요도 당연히 증가할 것이다. 현재 용량이 100MB에 이르는 제품도 출시돼 있으나 MB당 4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으므로 디지털 카메라 소비자들 중 이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 제조업체들이 다양한 형태의 저장장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샌디스크(SanDisk)의 콤팩트플래시(compactflash)와 도시바와 삼성이 제공하는 스마트미디어(smartmedia) 두가지 제품이 우세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소니는 유일하게 이런 포맷을 사용하는 대신 자사의 메모리스틱(memorystick)을 사용하여 디지털 카메라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에는 샌디스크와 도시바가 개발한 SD(Secure Digital) 카드가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쯤이면 SD 카드는 256M의 메모리 용량과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내장 암호화 시스템을 제공하게 된다. 이 기능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큰 관련이 없으나 음악용 응용SW(애플리케이션) 시장과 사진 전문가들에게는 필수적인 기능이다.
메모리 구입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카메라 자체의 가격 또한 문제다. 현재 200만 화소 카메라는 800달러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가격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필름 카메라보다 5배는 비싼 것이다. 그래도 디지털 카메라 판매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 또한 업계에는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U&S에서는 300만 화소의 카메라가 좀더 싸지면 해상도 증가 추세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카메라는 300dpi 이상의 화질을 제공한다. 600dpi 프린터가 더욱 확산되면 1000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더 큰 용량의 메모리에 대한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나 대용량 메모리도 역시 시장에서 수용되기 위해서는 가격이 대폭 하락되어야 할 것이다.
저해상도(VGA) 카메라 분야도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100달러 이하의 저해상도 디지털 카메라들은 「재미용」 카메라로 이상적이다. 특히 아이들은 이 카메라를 이용하여 친구들에게 비교적 작은 디지털 사진을 전자우편으로 보낼 수 있다.
도시바와 바비 인형 제조사인 매틀(Mattel)은 이미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다른 업체들도 잠재적으로 수익성이 뛰어난 이 시장에 필연적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