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자상가와 전문 수입상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외산 가전유통 채널이 양판점·할인점·온라인 유통망 등 새로운 유통채널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국내 가전 유통시장에 일대 혁명이 예고되고 있다.
양판점과 할인점,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외산 가전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외산 가전제품이 국내 가전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판점과 할인점, 온라인 유통망 등이 점포수 늘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외산 가전업체들은 자체 유통망을 늘리기보다 이들 신유통망의 등에 업혀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판매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가전업체들은 외산 가전업계의 파상공세에 맞서기 위해 대리점의 지역서비스를 강화하고 각 대리점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외산가전에 맞서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외산가전 유통망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국내 가전시장 여건이 최근 몇년 사이에 급격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전제품에 부과되던 특소세가 지난해 대부분 폐지돼 수입원가가 낮아졌으며 일본제품의 수입을 막아오던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완전 폐지되는 등 외산가전의 수입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또 경기호전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있을 뿐 아니라 오는 9월부터 디지털 시험방송이 시작됨에 따라 외산 디지털TV 등 관련제품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외산 가전업체들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현재 자체 유통망을 갖고 있는 외산 가전업체는 소니·월풀·필립스 등 일부 업체에 불과하며 50개에서 100개 정도의 유통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산 전문 유통망은 소규모로 운영돼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반면 양판점과 할인점 등 대규모 유통점은 외산가전 판매를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150여개의 점포를 개설하는 등 빠르게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의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유통망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전자랜드21은 외산 가전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통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양판점과 할인점은 외산가전뿐 아니라 국내 가전브랜드를 혼매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저항이 적을 뿐 아니라 대부분 요지에 매장을 확보하고 있어 제품판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의 외산가전 취급비중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경기회복과 가계수입 증가로 소비자들이 값비싼 대형 수입가전제품과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진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할인점들은 백화점보다 더 공격적으로 수입가전을 취급하고 있다. 할인점의 경우 저가 중국산 소형가전을 비롯해 소니·GE·월풀 등의 대형 제품을 위주로 수입가전 취급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 외국산 가전제품 유통의 새로운 판로로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 다양해지고 있는 온라인 유통망도 외산가전의 국내 진출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인터넷쇼핑몰·TV홈쇼핑 등의 외산가전 판매가 전체 가전제품 판매대수의 30%를 넘어서고 있으며 아예 외산가전만을 취급하는 인터넷쇼핑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카탈로그 통신판매 업계도 수입선다변화 폐지 이후 급격히 외산 가전제품의 취급을 늘리고 있다. 현재 캠코더, 휴대형 오디오 등 생활가전, 주로 소형제품 중심으로 매출이 늘고 있으나 점차 TV, VCR, 거치형 오디오 등의 대형 제품 판매도 활기를 띠고 있어 앞으로는 대형·소형제품 모두 판매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