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입수능 시장에 부는 인터넷바람의 세기를 보면 우리나라 교육에서 대학입시가 차지해온 비중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우후죽순 생기는 교육관련 사이트 가운데 줄잡아 절반은 대입수능용이다.
유치원에서 초중고교까지 거대한 과외시장의 존재 목적이 결국은 다 좋은 대학 가자고 하는 일인 만큼 인터넷교육자원이 최우선적으로 대입수능 시장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인터넷교육 시장에서 유료서비스화를 통한 수익성확보가 유망한 분야로 대입수능과 성인대상의 기업체 연수시장을 꼽고 있다.
대학입시를 목전에 둔 수험생집단이라면 아직 효과가 불확실하더라도 기꺼이 인터넷수능서비스에 유료회원으로 등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같은 전망하에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인터넷 대입수능 시장은 누구라도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가 되는 기회의 땅, 신대륙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 대입수능 시장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새로운 미개척지가 아니라 구대륙에 연결된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 파악된다.
인터넷 대입수능 시장을 조망하는 간단한 키워드는 누가 어떤 교육콘텐츠를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대입수능 시장의 3대 교육콘텐츠는 크게 모의고사와 학습지, 강사진으로 나뉜다.
해마다 수십만명의 수험생들이 지출하는 막대한 사교육비는 결국 학습지와 모의고사, 학원가 유명강사의 수업이라는 교육콘텐츠와 교환돼 왔다.
인터넷 대입 시장에서도 이같은 교육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업체는 아무리 많은 자본과 뛰어난 마케팅지원을 받는다 해도 생존가능성이 낮다.
수능모의고사 분야에서 전국적인 지명도와 축적된 노하우를 갖춘 곳은 중앙교육진흥연구소와 종로·대성·고려·정일 등 입시학원 계열의 출제전문기관이 손꼽힌다.
매년 바뀌는 입시경향을 정확히 맞출 만한 출제역량이 없는 업체는 이미 공개된 문제 DB를 재편집해서, 말하자면 신선도에서 한물간 문제족보를 갖고 교육서비스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비스효과가 학생들의 성적으로 뚜렷이 나타나는 교육분야에서는 독자적인 출제노하우를 갖춘 회사와 그렇지 못한 쪽의 경쟁결과는 불을 보듯 훤하다.
온라인 모의고사가 교육관련사이트의 주수익원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공신력있는 수능모의고사 콘텐츠 확보에 대형 인터넷업체들이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습지 분야도 사정은 비슷한다. 요즘 생기는 교육사이트를 보면 기존 학습지에 나온 내용을 적당히 긁어모아 짜맞춘 사례가 적지않다. 수능관련 온라인 교육콘텐츠의 족보를 따져 올라가면 한샘·지학사·디딤돌·교학사 등 낯익은 학습지 전문출판업체와 연관되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아직 인터넷교육서비스의 유료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이들 학습지 출판업계가 묵인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교육콘텐츠의 저작권여부와 사용료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사진의 경우 유명 단과학원의 실력있고 이름난 강사들은 인터넷교육방송국의 실시간 강의서비스 경쟁으로 인해 인터넷 대입 시장에서도 계속 주가가 치솟아 돈만 있다고 스카우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