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디스플레이 전성시대 연다>(2)유기EL...휴대단말기용으로 각광

「대형은 PDP, 중소형은 LCD, 휴대형은 유기EL.」

평판디스플레이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러한 등식을 내놓는다. 제품특성과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2000년대 평판디스플레이시장의 방향이 세갈래로 흐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이러한 관측을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주 열린 국제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SID 2000」에서는 휴대형 디스플레용 유기EL의 출품이 활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순 시제품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에는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둔 풀컬러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산요전기와 코닥은 공동 개발한 5.3인치와 2.3인치 풀컬러 유기EL을 들고 나왔다. 미국의 이마진은 마이크로디스플레이용의 1인치 이하 풀컬러 유기EL을 선보였다.

또 듀퐁과 알박 등 소재·장비업체들도 유기EL 관련 제품을 선보여 유기EL의 상용화가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모토로라는 올 추수감사절을 목표로 모노컬러 유기EL을 채택한 이동전화를 출시하기로 하고 최근 일본 파이어니어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전시회를 돌아본 세이코엡손의 한 관계자는 『올해 말께 모노컬러 유기EL을 채택한 TV를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유기EL은 기술적으로도 적색 형광체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풀컬러 제품의 상용화에 큰 장애물은 없는 셈이다.

재미있는 현상은 유기EL의 상용화가 대체로 이동전화 등 소화면 디스플레이용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기EL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 비해 부품·재료 부담이 현격히 낮은데다 대화면 구현에 별다른 어려움도 없는 디스플레이다.

그렇지만 자체 발광하는 구조로 인한 짧은 수명은 유기EL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그런데 교체가 잦은 휴대형 기기의 경우 유기EL의 짧은 수명이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기EL의 상용화는 휴대단말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유기EL의 문제는 경쟁제품인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의 부상이다. 유기EL은 이제 막 시제품을 개발한 단계이나 TFT LCD는 앞선 상용화를 바탕으로 슈퍼트위스티드네마틱(STN) LCD의 영역인 휴대단말기시장을 넘보고 있다.

국내 한 TFT LCD 업체 관계자는 『유기EL이 동영상의 구현 등에서 TFT LCD에 비해 장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휴대단말기용 TFT LCD의 개발도 활발해 앞으로 1년 안에 유기EL의 상용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기EL의 개발업체는 많아도 양산업체는 거의 없다.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업체들은 한국과 일본업체들에 기술을 제공해 위탁생산하려 하나 양산해줄 업체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동전화와 차량항법시스템(CNS) 제조업체들과 유기EL 공급계약을 체결한 파이어니어의 경우 독자적인 물량공급이 쉽지 않자 일본업체는 물론 한국업체들의 손을 빌리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SDI와 LG전자 등은 모노컬러 유기EL의 양산라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무기EL의 경우 미국의 아이파이어(Ifire)라는 업체가 고질적인 청색 형광체의 문제를 극복한 8.5인치와 17인치 풀컬러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유기EL에 버금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임을 과시했다.

조기 상용화, 유기EL은 물론 무기EL업체들에도 던져진 화두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