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CSP(Chip Scale Package)기판 사업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 주요 PCB업체들의 속앓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CSP기판이 앞으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시장의 주력 모델로 떠오른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세라는 측면에서 이 분야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한데 실제 발을 들여놓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
CSP기판 사업에 참여하거나 참여를 모색중인 삼성전기·LG전자·대덕전자·심텍 등 주요 PCB업체들이 고민하는 이유는 △투자 리스크 △가공기법의 표준화 미정착 △급격한 반도체 기술 변화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우선 CSP기판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려면 투자부담이 엄청나다. 기존 다층인쇄회로기판(MLB)사업에 참여할 경우 보통 100억∼200억원이면 웬만한 MLB를 가공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할 수 있으나 CSP기판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방대한 규모의 초기 설비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막대한 설비 투자 부담을 감수하면서 사업에 참여했을 경우에 과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느냐도 PCB업계는 장담할 수 없다. CSP기판 수요처는 세계적인 반도체·통신 장비업체이기 때문에 웬만한 기술력과 설비를 갖고서는 수요처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리스크와 고객확보는 PCB업체의 판단과 노력 여하에 따라 극복될 수 있으나 CSP기판의 가공기법이 다양해 국제적인 표준이 없다는 점은 국내 PCB업체가 감내하기 어려운 사항이다.
현재 CSP기판을 제조하는 기법으로 알려진 공법만 50여가지를 넘고 소재·장비 등도 극소수 업체만이 개발해 놓고 있는데다 상호 호환성이 없는 실정이다.
물론 CSP기판을 크게 연성CSP와 경성CSP로 구분하면 투자방향이 보다 선명해질 수 있으나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재 전세계 CSP기판 시장의 90% 이상은 폴리이미드 소재를 이용한 연성CSP기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BT레진 등 경성 소재를 사용한 경성CSP기판은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에폭시 수지 등 경성PCB 분야에 치중해온 국내 주요 PCB업체는 연성PCB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 결국 경성CSP 분야에 치중해야 하는데 이 경성CSP는 초박·미세패턴의 회로를 설계하는 데 한계를 지녀 앞으로 0.18미크론급 초정밀 설계 기술을 요하는 CPU 등 차세대 반도체에는 적용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경성CSP 분야에 치중하고 있는 국내 PCB업체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고 시장규모도 일부 메모리 및 주문형반도체용 CSP기판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국내 PCB업체가 CSP기판 분야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반도체 기술의 급속한 변화 때문이다.
현재는 연성이든 경성이든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 PCB가 장착되고 있으나 앞으로 웨이퍼 레벨 CSP기법이 일반화됐을 경우 반도체 패키지에서 PCB는 거의 필요 없게 된다는 것.
이렇게 되면 CSP기판 시장을 보고 참여했던 국내 PCB업체들은 주체할 수 없는 투자부담과 상대적인 기회비용 상실로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어 CSP기판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주요 PCB업체들의 고민은 이래저래 깊어지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