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특강> 산업에 미치는 인터넷TV의 영향력...김명환 인터넷TV네트웍스 사장

산업혁명 이후 인류생활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인터넷은 이미 몇 사람의 컴퓨터 마니아나 업계 전문가들만이 활용하는 통신망이 아니라 사회변혁의 인프라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접속수단인 PC는 여전히 사용하기 어렵고 친숙도가 낮으며 활용빈도가 적은데다 가격이 100만∼200만원대의 고가여서 인터넷 확산을 막는 장애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동안 PC는 인터넷 확산의 주역이었지만 이용하기 어렵고 가격이 여전히 비싼데다 청소년 등 특정세대의 전유물로 인식되면서 이같은 특징이 인터넷 확산을 가로막는 하나의 장벽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가정에 한 대 이상 보급돼 있는 TV를 통해 사회적 인프라인 인터넷을 확산하자」라는 주장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시 말해 신경제의 근간인 디지털 네트웍킹을 앞두고 바보상자 취급을 받던 TV로 이제는 인터넷의 대중화는 물론 「T커머스(commerce)」를 실현해 나가자는 것이다.

◇왜 TV가 인터넷의 대중화에 앞장서야 하는가=PC는 전원을 켜는 단순한 조작 외에 윈도 등 운용체계를 실행시키고 사용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실행시켜야 하는 등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TV는 리모컨을 조작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사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어 이용하기가 매우 쉽다.

또 보급률 측면에서 PC의 가구당 보급률이 현재 약 40% 미만이며 PC의 특수성을 감안할 경우 50%에 이르면 포화상태로 보고 있다. 반면 TV는 현재까지 국내에 약 1500만대가 보급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가구당 보급률로 보면 약 120%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매년 230만여대의 신제품 TV가 국내 가정에 판매되고 있다.

PC는 90년대 들어 정보화와 인터넷 열풍을 타고 보급이 크게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가격측면에서 아직도 200만원 내외를 들이지 않으면 구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PC는 본체 외에도 모니터와 스피커 등의 관련 기기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TV를 통한 인터넷은 30만∼50만원대의 단말기(세트톱박스)를 구입해 가정에서 보유하는 TV에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PC에 비해 가격이 4, 5배 이상 저렴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이 단순한 정보검색이나 사이트 방문 정도였다면 앞으로의 인터넷은 경제, 사회, 문화 및 교육 등 입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이같은 콘텐츠는 사용이 어려운 PC와 화면이 작은 모니터보다는 사용하기 쉽고 화면도 큰 TV에 더 적합하다. 또한 가정의 경제력을 지닌 중장년층이 PC보다는 TV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TV는 이미 대부분의 가정에서 한 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단순히 오락 및 단순정보 전달 기능에 지나지 않아 TV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현재까지 TV의 속성상 주로 쇼, 오락 등 단순히 보고 즐기는 정도의 용도로만 활용돼 정보전달 기능이나 경제 또는 교육매체로서의 기능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미 가정에 100% 이상 보급돼 있는 TV가 인터넷 대중화에 앞장 선다면 TV로 인해 창출되는 경제적인 부가가치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인프라로서 인터넷의 대중화는 PC보다 TV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인터넷에 대한 관심 및 이용 증대는 TV를 통한 인터넷의 확산를 부추기고 있다. 인터넷TV 사업이 가장 먼저 시작된 나라는 미국으로 미국 MS사는 지난 97년 인터넷TV 사업을 위해 벤처기업인 웹TV 네트워크사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가입자는 6만5000명에 불과했으나 오늘날 약 130만명에 이르고 있다.

가입자가 이처럼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TV를 통한 인터넷이 PC와는 달리 사용하기 쉽고 구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적어 PC 세대는 물론이고 비 PC세대에도 인기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MS사가 서비스를 맡고 소니, 필립스, 히타치, 미쓰비시 등 세계적인 가전업체들이 웹TV 단말기 개발을 전담, 서비스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적인 제품의 안정성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MS사는 게다가 97년 웹TV 재팬을 설립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영국, 캐나다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최근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AT&T와 공동으로 400만대의 웹TV 단말기 보급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타임워너사와 합병한 AOL도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화형 TV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OPEN TV사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인터넷TV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0월 CSK, 세가, 히타치, 도시바, 일본 오라클, NEC, 미쓰비시 연합 등 7개사가 공동으로 인터넷 단말기를 개발키로 했다. 이어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이 거느린 스타TV와 홍콩 최대 통신회사인 케이블 앤 와이어리스 HKT도 지난해 11월 인터넷TV 사업을 펼치기로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거대업체들이 인터넷TV 사업에 속속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은 향후 도래하게 될 디지털TV 시장을 겨냥해서다. 디지털TV는 화질이 모니터 수준 이상으로 뛰어난데다 양방향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전 단계인 인터넷TV 기술을 축적해 향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사는 지난해 12월 낸 보고서에서 『2005년엔 미국 가정의 91%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며 이 중 90%는 PC로, 그 중 73%는 인터넷 TV 또는 다른 단말기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 MS사는 인터넷 TV 단말기를 바탕으로 한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며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영국의 헨리 센터는 「TV가 전자상거래를 주도한다」는 발표를 통해 『사무용으로 인식되고 있는 PC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시청하는 TV가 전자상거래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헨리 센터는 TV의 보급률이 PC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TV를 통한 인터넷의 활성화의 중요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TV가 만드는 또 하나의 세상=지금까지 TV는 지구촌을 동시생활권, 하나의 문화촌으로 만들어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세상을 바꾸는 일등공신이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TV방송은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세대와 계층의 구분없이, 또한 별도의 여과없이 송출함으로써 이에 따른 역기능이 만만치 않아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같은 차원에서 TV를 통한 인터넷은 TV를 1차원적인 오락, 정보제공 기기라는 단계에서 탈피, 양방향 기능과 선택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핵심미디어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TV를 통한 인터넷으로 홈뱅킹과 홈쇼핑, 홈트레이딩 등의 주요 경제생활을 복잡한 PC 없이도 간단한 리모컨으로 훨씬 쉽게 할 수 있게 돼 경제활동의 중심인 386 이후 세대의 인터넷 이용을 확산케 할 것이다. TV를 통한 인터넷에서는 VOD, 입체 게임, 오락 등 인터넷 콘텐츠를 거실에서 온가족이 즐길 수 있게 된다.

특히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가장 높고 사교육비 부담이 큰 우리나라에서 TV를 통한 인터넷 교육은 학습진도, 수준, 내용 등에 맞춘 주문형 교육도 가능하게 된다.

TV를 통한 교육은 이미 일부 방송채널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컴퓨터를 통한 교육에 비해 훨씬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어 인터넷TV를 통한 교육은 우리나라 고액 과외를 시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병원에 가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나 방범을 책임질 수 있는 원격보안 등은 물론이고 실시간의 동영상 전송이 가능한 영상 통신 등도 인터넷TV에서는 가능하다.

따라서 인터넷TV가 「시간·공간·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담당,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만들어 사회변화를 주도해 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TV가 만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T커머스」=산업혁명 이전의 시장경제 구조는 일종의 물물교환 중심으로 구성된 이른바 「야드 마켓(yard market)」 형태로 공간적, 시간적 제한 속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거래하던 형태였다.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의 발전으로 교통수단의 발달해 「야드 마켓」에서 「무빙 마켓(moving market)」으로 바뀌었으며 이로 인해 발전된 것이 공간의 차이를 뛰어 넘은 교역이다.

그러나 인터넷 혁명이 일어나면서 시간적, 공간적 제한을 파괴한 이른바 가상공간에서의 상거래 행위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어 냈는데 이것이 바로 신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즉 가상공간 주체에 따라서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e커머스」라는 말이 90년대초부터 등장했고 휴대폰의 공급이 크게 증가하던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m커머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마켓의 실체가 사라지는 소위 사이버상에서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새로운 디지털 경제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이같은 신 경제 체제를 주도한 것은 컴퓨터와 휴대폰이었다.

e커머스나 m커머스를 주도하는 층이 20대 전후의 젊은 세대라면 T커머스는 30대 중반 이후의 사회적,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층을 중심으로 형성된다는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20대 전후의 세대가 소비능력은 있으나 경제 창출능력이 없는 의존세대라면 TV를 중심으로 한 30대 후반 이상의 세대는 경제력이 있다는 점에서 T커머스의 성공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 이용자들이 쇼핑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비율은 5%에 불과했으나 웹TV 이용자들이 쇼핑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비율은 45%에 이른다고 발표해 이같은 주장을 뒷바침해주고 있다.

인터넷 TV는 특히 인터넷 인프라의 확산차원에서 나아가 디지털TV로의 진화모델을 제시해주는 제품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TV를 통한 직간접적인 규모의 경제창출 효과는 컴퓨터나 핸드폰의 그것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