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네티즌의 MP3 파일을 공유시켜 주는 「넵스터(Nepster)」라는 프로그램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미국 인터넷 업계에서는 논의가 한창이다. 주지하는대로 넵스터 사이트에 접속한 모든 사람들의 하드디스크를 몽땅 뒤져서 원하는 MP3 파일만 찾아주는 기능을 신속하게 수행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매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에 미국의 18개 음반회사가 넵스터사를 제소했는데 넵스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MP3 파일을 무단 복제하고 있고 넵스터는 이러한 무단 복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근거다. 이달 초에 미국법원은 음반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 판결 이후에도 네티즌 사이에서는 넵스터를 구하자는 운동이 활발하고 심지어는 http://savenepster.com이라는 홈페이지를 열어 놓고 조직적인 운동도 벌이고 있다 하니, 본건은 저작물의 자유 이용이라는 공중의 요구와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또 하나의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본건과 같은 맥락에서 전개됐던 건이 이미 소개한 지난 1월 20일 미국 뉴욕남부지원 결정이었는데 사안은 다음과 같았다.
콘텐츠스크램블시스템(CSS:Content Scramble System)은 DVD의 무단 복제 및 보급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지난해 10월 CSS의 복제방지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게 하는 DeCSS가 인터넷으로 제공됨으로써 CSS가 무력화하는 위험에 처했다. 원고는 피고가 Digital Millenium Copyright Act(이하 DMCA)의 반우회(anti-circumvention)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는 바, 논의의 핵심은 자기가 구입한 DVD를 DVD 플레이어가 아닌 리눅스 OS를 탑재한 컴퓨터에서 재생할 목적으로 CSS를 무력화하는 것이 DMCA상 금지된 행위인지 여부였던 바, 미국 법원은 DeCSS의 경우 독점적인 복제권을 포함하는 DVD 영화에 대한 저작권자의 독점적 권리가 침해행위로부터 보호되도록 보장해 주는 기술적 수단인 CSS를 우회(circumvent)하는 것이며 CSS를 우회하는 것 외에는 DeCSS가 기타 상업적으로 중요한 목적이 없는 것이라는 판단 아래 원고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러한 최근의 논의와 관련해 지난 84년의 미국 대법원 판결의 의미가 다시 되새겨지고 있음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이는 다름아닌 유명한 소니사의 Betmax 사건인데, 사용자들이 VCR를 통해 영화를 복제하므로 이러한 기기를 제조하는 소니의 행위가 영화사의 저작권을 간접 침해하는 것인지가 논의의 핵심이었다. 미국 대법원은 VCR의 주된 용도가 무단 복제는 아니라는 근거에서 소니의 손을 들어줬었다.
본건으로 돌아와 보면, 과연 넵스터 프로그램의 주된 용도가 무엇인지가 핵심적 논의가 될 듯 싶은데, 넵스터가 이러한 프로그램이 VCR처럼 다른 용도가 있다는 점을 보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미국 법원의 향후 태도를 주목해 본다.
한상욱(김&장 법률 사무소 변호사) swhan@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