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의 산업체 진출을 삐딱하게 볼 필요가 없습니다. 직접 현장에 참여하면 산업체의 현안을 알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도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 바람직합니다.』
동국대 물리학과 교수이면서 무기EL전문 벤처기업인 EL코리아의 사장인 신동혁씨(42)는 최근 잇따르는 대학교수들의 창업과 기업체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년간 기업을 운영해보니 잃은 것보다 얻은 게 훨씬 많다는 판단에서다. 신 교수는 『직접 사업화하다 보니 연구만 할 때는 미처 몰랐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시행착오도 많으나 살아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강의에 전념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신 교수는 이달 중순에도 미국 출장으로 1주일 동안 강의하지 못했다.
EL코리아는 내로라하는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참가하는 국제디스플레이전시회인 「SID 2000」에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프랑스업체 관계자는 휴대폰과 어린이 안전등용으로 EL코리아의 제품을 구매할 뜻을 비쳤다. 이 전시회에 참가한 세계 최대의 무기EL개발 업체인 미 듀렐사도 포스퍼 형광체 관련 특허를 EL코리아에 제공할 의사를 밝혔다. 신 교수는 『올 연말께 해외시장 진출에 앞서 사전 홍보로 이번 전시회에 출품했는데 기대보다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지난 81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신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미 코넬대에서 각각 석사, 박사 학위를 딴 촉망받는 소장파 물리학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와 캐나다 벨노턴연구소, 코넬대 및 위스콘신대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광통신용 반도체 레이저, 고온초전도체 박막 및 원자구조 등을 연구했다. 지난 92년 동국대에 들어와서는 액정표시장치(LCD), 무기EL 등을 연구했다. 실용성 위주의 연구들은 그의 창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EL코리아는 최근 21억원의 자본을 유치,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에는 20억원 이상, 내년께에는 1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교수는 『무기EL이 첨단디스플레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실생활에 밀접하며 전광판을 쓰는 옥외광고판과 인테리어 분야에서 시장 전망이 밝은 디스플레이』라며 『국내의 연구개발 기반이 척박하기 때문에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