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가전업계 홀로서기, 길이 보인다>(1)프롤로그

<글 싣는 순서>

1. 프롤로그

2. 독자 브랜드 만들기 구슬땀

3. 계절상품의 한계 벗고 품목 다양화 모색

4. 외부 인사 영입으로 체질변화 꿈꾼다

5. 차이나 공습경보-수출로 진로를 돌려라

6. 가격파괴, 유통다각화 시대를 대비한다

7. 에필로그

소형가전업계가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있다.

소형가전업체는 IMF 경제위기 이후 가전 3사가 소형가전 OEM 물량을 대폭 축소함에 따라 최근 몇년간 몸집 줄이기와 재무구조 개선, 시장 개척 등을 통한 홀로서기에 온 힘을 쏟아 왔다. 뼈를 깍고 살을 도려내는 자기변신의 과정을 거친 지금 소형가전업체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소형가전업체는 그동안 안정적이고 편안한 납품방식에 안주해 개발·마케팅·판매 등 기업이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을 갖추기에도 소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IMF로 된서리를 맞으면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에는 심각히 고려하지 않아도 됐던 생산 이외의 부문까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 와중에 사장 중심의 영세한 경영구조와 자금구조가 취약했던 많은 업체가 시장에서 사라져 가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혹독한 시련기를 거치면서 자구노력에 적극적이었던 일부 업체는 재무구조 개선과 개발 및 생산능력 확충 등 구조조정과 함께 공격적인 경영마인드로 회사를 변모시키는데 성공했다.

현재 소형가전 분야에서는 지난 98년 이후의 혹독한 한파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업체가 줄잡아 20∼30개로, 이들 업체는 시련기를 거치면서 기술력과 마케팅력 등 홀로서기를 위한 체질개선에 성공하고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혹독한 시련기를 거치고 살아남은 업체의 면모를 보면 선풍기 시장을 주도해온 양대산맥인 신일산업과 신한일전기·전기압력밥솥 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일본 밥솥 업체의 국내시장 공략을 막아낸 성광전자와 대웅전기산업 그리고 마마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헤어드라이어·면도기 등 이미용기기를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린 유닉스전자와 조아스전자 등도 시련기를 잘 극복해 냈으며 전기점화식 석유히터로 이 분야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파세코, 제빵기로 돌풍을 일으킨 카이젤, 소형진공청소기의 두원테크, 종합소형가전 브랜드로 급부상중인 오성사·부방테크론 등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도 이들 중 몇몇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및 기타 업체에 대한 OEM 공급이 전체 생산량의 40∼50%를 차지하는 등 완벽한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올들어 독자적인 브랜드와 유통망 및 서비스 체계 구축 등에 쏟는 노력은 비용이나 인력투자 등의 면에서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여름에는 선풍기, 겨울에는 가습기·히터 등 계절상품 위주의 구색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눈물겹다.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적지 않음에도 외주 디자인 용역까지 주며 자사만의 독특한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상상을 초월하는 저임금을 무기로 전세계 시장을 「메이드 인 차이나」로 뒤덮고 있는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은 더더욱 눈부시다. 「질 것이 뻔하다」 「빨리 손털고 업종변경하는 게 낫다」는 산업계 전반의 지배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참신한 디자인과 복합화 기능 및 품질향상 등으로 고부가 전략을 구사하면서 선전해 오고 있다. 또 중국산의 파상공세에 맞서기 위해 광고와 판촉행사 등을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반면 해당 업계의 치열한 홀로서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관련 기관 등으로부터의 협조와 지원은 미진한 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부처의 직제가 기능별 직제로 바뀌면서 업종별 전담 인력이 없어져 전문적 지원이 어려워짐에 따라 산업별 특성을 감안한 지원정책이 점점 부실해지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소형가전 산업의 경우 영세한 자금 및 취약한 인력구조를 갖춘 업체가 많은데 전문적인 지원부서나 정책입안자가 없다는 것은 정부의 도움 없이 업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기나긴 역경을 헤쳐온 소형가전업계의 시련은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치열한 경쟁의 장에 내몰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