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전자·정보기술 등 전자관련 계열사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해당 계열사들은 올 들어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자체적인 부채문제 해결은 물론 신규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현대그룹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 압력으로 인해 그 여파가 이들 전자 계열사에도 얼마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신규 투자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전자와 현대정보기술은 이번 현대 사태에 대한 불만의 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건설과 상선 등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문제를 다른 계열사에 확대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현대전자는 최근 정부나 금융계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매각설에 대해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모처럼 맞은 반도체 시장의 호황으로 회사 전반에 의욕이 넘치고 있는 때 엉뚱한 문제가 발생해 임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라며 이번 사태와 현대전자는 결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정몽헌 회장은 현대전자를 처음부터 일군 사람으로 다른 계열사와 사정이 다르다』면서 『현대전자의 매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반도체 통합 1년만에 또다시 매각 논의가 이는 것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대전자는 지난 1분기때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47% 정도 증가한 2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은 마이너스 490억원이나 이는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일으킨 현대투신에 대한 투자 손실 때문으로 이를 빼면 순이익 규모가 무려 1530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전자는 5월부터 올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빚이 1조2550억원이나 되지만 최근 D램 시장의 호조로 매출이 1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여 상환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전자의 단기차입금비중이 지난해보다 35.3% 늘어난 49.4%에 달하고 있어 어쨌든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매각 대신 자체 운영쪽으로 기울던 아일랜드 공장과 통신사업부문의 처리 방안이 다시 매각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현대전자는 300㎜ 웨이퍼와 4세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의 대규모 신규 투자에 대한 전략을 소극적으로 끌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전자는 또 이번 현대 사태가 주가 상승의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여 이번 사태와 현대전자는 무관하며 우수한 실적을 널리 알려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전자와 아울러 그룹 정보통신 전략화의 첨병역할을 맡고 있는 현대정보기술은 이번 현대쇼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각종 신규 사업이나 코스닥 등록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3배 가량의 프리미엄을 적용해 실시한 자본금 증자를 통해 충분한 유보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조만간 코스닥 등록으로 유입될 자금까지 합치면 유동성 확보에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과거 시절과는 달리 최근 2∼3년간 경영실적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 지난 98년에 처음으로 36억원 규모의 경상이익을 낸데 이어 지난해는 이보다 133% 이상 성장한 84억원의 경상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또한 6017억원의 매출 달성과 함께 순이익도 14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지난해 표삼수 사장 취임이후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 회사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췄으며 올해는 8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대그룹의 구조조정이 발표될 때면 항상 거론되던 것이 여러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그룹내 시스템통합(SI)사업의 통폐합 문제다. 따라서 과거에도 현대정보기술과 현대전자의 통합설이 꾸준히 나돌았다는 점에서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번 채권은행의 그룹 구조조정 요구가 상당히 신경 쓰이는 눈치다.
하지만 현대정보기술 김선배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정보기술(IT) 부문 사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현재 그룹 전체 e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는 현대정보기술의 위상과 역할을 고려해 볼 때 회사의 흡수, 합병이나 매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