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문화의 달>지식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문화규범

이동전화 이용 증가세를 따르지 못하는 통신문화

『딴따라단딴 딴딴따 딴다 딴다 딴따다다다.』

전화수신을 알리는 이동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혹시 내 전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근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동전화를 꺼내 확인한다.

이동전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새롭게 등장한 웃지 못할 풍속도다. 전화벨 소리가 들리면 자신의 이동전화를 꺼내보는 21세기형 조건반사(?)는 요즘 사람에게 새로운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

97년 8월에 이동전화 인구가 500만명을 넘어선 후 급격한 가입증가세를 기록해오다 지난 3월에는 2600만명을 돌파, 이동전화 대국(大國)의 반열에 올랐다. 불과 2년 7개월만에 가입자 수가 5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의 56%에 해당되는 것으로 5인 가족 중 3명이 이동전화를 보유한 셈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이동전화 인구비율 40.5%보다도 무려 15% 가량이 높다.

하지만 이동전화 인구가 폭증한 반면 이동전화 이용에 대한 문화수준은 전혀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극장·예식장·강연장·병원 응급실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물론이고 TV 생방송 공연도중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동전화」는 맡은 바 직분에 충실히 벨소리를 울려댄다. 또한 운전중 이동전화 사용사례가 늘어나면서 그에 인한 교통사고도 따라 늘어나 이동전화는 문명의 이기에서 전세계적인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최근 이런 사례가 급증하자 통신문화 개선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최근 실시한 이동전화 사용금지 공청회에서 운전중 이동전화를 사용할 경우 운전자의 심장 박동이 빨라져 긴장이 유발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또 돌발 장애물에 대해 운전자가 반응하는 시간은 평소 1.18초보다 긴 1.41초로 조사됐으며 장애물을 발견하는 데 걸린 시간도 평소 0.6초보다 긴 0.76초였다고 밝혔다.

이런 조사결과를 볼 때 공단 측은 이에 따라 경찰청이나 건교부가 관련법 개정을 통해 운전중 전화사용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달 3일에는 정보통신부가 주관한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공공장소 이동전화 소음방지대책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이동전화를 공공장소에서 만큼이라도 벙어리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공공장소에 이동전화 전파차단장치 또는 진동모드 자동전화장치를 설치해 전화벨소리로 인한 공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전세계 국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기도 하다.

히드루 국제공항 급행선과 유럽 철도에서 이동전화 금지구역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은 조만간 이 제도를 전 철도 및 지하철 구간에 적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상당수의 사람이 이동전화로 사생활에 대해 통근열차에서 떠드는 바람에 밀린 서류를 처리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방해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동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법규 또는 제도가 마련되기 전에 이용자 스스로가 올바른 통신문화 및 예절을 지켰더라면 자율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없었을테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는 법에 의해 제재를 받아야 하는 우울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이동전화 서비스업체가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악용한 원조교제 범죄가 등장,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이용자가 이동전화 회사가 띄워 놓은 게시판에 이동전화를 이용해 들어가 마음에 맞는 접속자를 고른 후 문자로 원조교제를 벌여온 것이다.

통신회사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과 자기소개 코너에 접속해 「원조」라는 단어를 검색어로 입력하면 수백건의 원조교제 희망자가 전화기 화면에 나타난다는 것.

원조교제 자체가 불법이기도 하지만 희망자의 대부분이 10대 미성년자로 게시문에는 나이를 20대 이상으로 속여 오락 및 돈벌이 수단으로 첨단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를 사전에 차단할 만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자는 10분 단위로 「원조」 「섹스」 등의 단어가 포함된 메시지를 삭제하고 있지만 업체 직원이 퇴근한 오전 2시부터 9시까지는 무방비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자율을 규제하는 법이나 제도가 적으면 적을수록 살기좋은 나라, 문화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국민의 의식 수준이 따라오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더 이상의 사회악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책마련이 시급한 형편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