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문화의 달> N세대, 그들의 도전

이정현(가수)·스타크래프트·짱·DDR·테크노댄스. 이는 N세대(net generation)의 대화에 끼어든 어른들이 그나마 알아들을 법한 단어들이다.

간혹 기욤 패트리(프로게이머)를 알고 디아블로2와 피파2000이 무엇인지 알아듣는 어른도 눈에 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온라인게임)에 등장하는 종족인 프로토스, 저그, 테란의 실체를 아는 어른은 극히 드물다.

어른들이 N세대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끼리끼리 뭉친 놀이집단으로 치부됐던 N세대가 어느덧 문화의 중심이자 미래의 희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그들(N세대)이 인터넷 대중화에 힘입어 21세기 정보문화계의 맹주로 등장할 태세다.

◇그들이 중심에 섰다=이미 오래전에 N세대들은 이동전화·PC·음반·영화 등의 분야에서 상품기획, 홍보, 마케팅의 주요 대상으로 등장했다.

특히 이동전화시장은 N세대 없이는 신규수요 창출이 불가능할 정도. 주머니는 가볍지만 취향이 다양한 N세대를 겨냥한 요금체계와 광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SK텔레콤(011)이 N세대를 겨냥해 선보였던 TTL 서비스가 6개월만에 무려 110만 가입자를 확보하며 유례 없는 성공을 거두자 이동전화업체들의 N세대 마케팅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한솔엠닷컴(018), LG텔레콤(019), 한통프리텔(016), 신세기통신(017) 등 주요 이동전화업체들이 N세대형 서비스와 요금체계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인 「코넷」도 N세대를 겨냥한 TV광고 전략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사례.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N세대들의 영웅인 프로게이머 이기석씨(ID SSAMZANG)를 광고모델로 내세움으로써 N세대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같은 N세대 마케팅 열기는 다른 업종으로도 빠르게 번지는 경향이다. 화장품 이름이 「멜(e메일의 줄임말)」이나 「엔어스(N-us)」로 정해지는가 하면, LG전자는 아예 「N캠프」를 열어 N세대 전용제품 아이디어를 N세대로부터 뽑아내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또 N세대들의 쉼터인 콜라텍과 PC방이 거리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으며 최근에는 콜라텍과 PC방을 결합한 속칭 사이버텍까지 등장하고 있다.

결국 N세대를 알아야 살아남고 그들의 입맛에 맞아야 발전할 수 있는 셈이다.

◇그들이 허물을 벗는다=어른들은 N세대를 「대책 없는 좌충우돌형 집단」으로 여겼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오락에 중독된 자신의 미래를 책임질 능력이 없는 세대로 본 것이다. N세대의 자유로운 행동방식과 사고를 방종으로 치부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N세대는 어른들이 만든 「틀」에 갇혀 있지 않았다. 사이버세상에 자신들만의 놀이공간을 만들고 힘이 실린 의식과 젊음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동전화를 주제로 뭉친 PC통신 동호회 「이사모」는 단순한 정보교환의 장을 뛰어넘어 소비자 압력단체로 탈바꿈했다. 회원수가 7000여명에 달하는 이 동호회는 한 이동전화업체의 과장광고에 철퇴를 가해 광고내용을 수정하게 만드는가 하면 요금청구체계를 바꾸어 놓는 힘을 보여줬다.

또다른 PC통신 동호회인 「나코동」과 「앙끄」는 만화가 좋아 뭉친 집단. 약 600명의 회원을 보유한 나코동은 매년 만화 캐릭터 가장극(코스튬 플레이) 파티를 열어 한 발 앞선 만화·게임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회원수가 1만8000명인 앙끄에는 방대한 애니메이션·만화 관련자료가 집대성돼 있으며 만화작가와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의 꿈들이 무르익고 있다.

◇그들이 달려간다=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인 유니텔에는 「사이버 챌린저」 8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모두 중고생들이다. 이들은 유니텔 서비스 모니터링, 1318(13∼18세)세대 전용서비스 제작 등에 투입되고 있다.

유니텔의 사이버 챌린저인 백승민군(남서울중 3년)은 유달리 컴퓨터를 좋아하고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전형적인 N세대. 그는 온라인게임 벤처기업이나 PC통신회사를 설립하는 게 희망이다.

역시 유니텔에 입사한 김주우군(당곡고 3년)은 컴퓨터그래픽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다진 재원. 그는 영화배우 팬클럽의 로고를 만들고 학교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등 제법 이름을 알렸으며 앞으로 컴퓨터 특수효과를 공부해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할 생각이다.

이 밖에 사이버 챌린저에는 전자게시판(BBS) 운영자가 장래희망인 변호성군(전주상고 2년), 인터넷방송국을 설립하고픈 임준석군(홍진고 1년), 정보기기기능사 김경우양(동일여고 2년), 세계적인 검색엔진을 만들려는 김성식군(시지고 1년) 등이 있다.

N세대의 당찬 도전이 「인터넷 강국, 코리아」의 실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