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문화의 달>정보소외계층을 정보화의 주역으로

「세계 각국은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에게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과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이 말은 지난 93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장애인 기회 균등에 관한 규칙」의 일부분이다.

장애인을 위한 복지정보통신의 선언적 의미로 발표된 이 규칙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오늘도 유효하다.

우리나라에서 신체적 장애, 노령화 등으로 정보화에서 멀어진 계층은 모두 340여만명. 65세 노인 인구 300여만명, 장애인 37만명을 포함한 경우다. 여기에 알려지지 않은 장애인을 포함할 경우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난다.

복지정보통신에서 장애인과 노인계층은 동일집단으로 이해된다.

노인의 경우에도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노령화에 의한 신체기능 불편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일반인은 향후 잠재적 복지정보통신의 대상이 된다.

장애인·노인들은 일반인을 위해 제조된 전화기, PC 등을 이용해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인간이 누려야할 정보화 권리마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정보화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이 장애인과 노인을 위해 엄청난 복지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경제적 이유로 정보화에서 멀어진 집단은 정보화기기 지원과 교육을 통해 가능하지만 노인과 장애인은 「그들만의」 첨단 정보기기 지원과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민간단체들이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정보화 교육을 실시중이다. 지난 95년에 개소한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는 전국 각 지역 교육장을 통해 노인을 위한 정보화 교육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의 수료인원은 7500명. 미국이 노인들을 위해 시니어넷과 140여개 교육장을 통해 광범위한 노인 정보화 교육에 나서고 있는 것이 비하면 쑥스러운 수준이다.

장애인재활정보센터도 국고지원 5억원을 포함해 6억원 규모로 장애인 정보화교육에 나서고 있다. 이 곳에서 실시한 정보화 교육 역시 전체 장애인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모자란다.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노인의 「신체 장애」는 정부와 민간의 복지정보통신에 대한 관심이 없을 경우 「정보의 장애」로 이어진다.

장애인과 노인들은 전화, 팩스, 호출기, PC통신 등 일반인용 정보통신시스템을 이용할 때 정보의 입력 및 출력 인터페이스 기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정보단말기에는 다음과 같은 변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각·언어 장애인은 우선 음량가변, 음질제어, 자기코일 부가, 전화기와 팩스절환, 시각, 촉각 표현, 문자, 수화입력이 가능한 단말기가 필요하다. 시각 장애인은 확대 및 명료화, 정지 및 지연, 청각, 촉각표현, 점자화, 요철화, 색상제어, 부가음성 안내, 음성입출력 등의 기능이 부가된 정보단말기가 절실하다.

지체 장애인은 핸즈프리전용, 확인 및 지연, 편리한 조작, 대체조작, 무선화 등의 기능이 신경·정신 장애인은 순간변화금지, 학습배제 등의 기능이 들어간 단말기가 요구된다. 또 노인이 사용하려면 핸즈프리 기능을 비롯해 긴급통보, 보청기 접속, 음량 및 발화속도 가변, 대형화, 지연전달 기능 등이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단말기 개발의 핵심인 제조업체는 이같은 복잡한 기능이 부가된 단말기를 소량생산해야 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는 경쟁력이 없고 단말기 단가도 높아 소비자가 외면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또 만들어놓은 단말기를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구입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다.

이에 따라 장애인과 노인들은 자동차의 경우처럼 장애유형별로 사용할 수 있는 정보단말기를 만들고 정부가 일정부문을 지원하는 방법을 원하고 있다. 복지정보통신 단말기 개발과 사용이 제조업체의 수익논리보다는 정보취득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정보평등권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장애인과 노인들은 정보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발신권」과 정보원에 다가설 수 있는 「접근권」, 이 두가지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