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물유통협회 우인회 회장(woo@kiema.or. kr)
게임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다. 문화산업의 당당한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으며 산업적 파급효과는 음악이나 영화, 미술보다 월등하고 시장성도 그 어떤 제조업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게임이 소개된 지 길어야 20년 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그동안 화투놀이나 카드게임처럼 국민 정서상 좋지 않은 오락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에게 게임이 어른들의 술·담배보다 더 나쁜 것으로 오해받는 상황에서 규제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가정용 게임물을 파는 점포는 잠재적으로 청소년에게 유해물을 파는 곳이므로 구청이나 시청에 등록하여 감시를 받아야 했고 모든 게임물은 잠정적인 유해물이므로 공연윤리위원회의 등급심의와 수입추천을 통해 유통돼야 하고 게임물의 전면과 측면, 심지어 내부와 외부에까지 각각 등급표시를 해야 했다.
게임기 하나 수입해서 파는데 내야하는 준조세와 세금의 종류만 봐도 샘플대, 심의료, 추천료, 특소세(작년말 폐지), 관세, 교육세, 등록세, 면허세, 부가세, 소득세 등 10여 가지다.
게임물의 제작 유통과 관련한 벌칙을 보면 우리나라가 게임 규제 왕국임을 실감할 수 있다. 무등록업자의 게임제작이나 유통행위, 추천없이 수입판매한 자, 등급과 다른 게임을 판매한 자, 불법복제한 자 등은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외에도 게임물에 관한 법률 도처에 이와 유사한 온갖 규제와 처벌 조항이 산재해 있다.
아직까지도 게임에 대한 사회 및 정부 정책의 기조는 규제이지만 최근들어 변화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게임 산업이 일반의 몰이해와 온갖 규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늦었지만 모든 것을 새롭게 이해해야 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혁파돼야 한다는 인식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문화관광부를 필두로 정부에서 신호가 보인다. 국가재정으로 출발한 게임종합지원센터의 활발한 움직임과 금년 상반기에 통과 예정인 게임물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보면 서광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보수적 집단인 관료들이 더이상 「게임은 단순오락이 아닌 산업이다」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만시지탄이나 대 환영이다.
회사 이름에 게임이란 글자만 들어가면 유망벤처회사로 인정돼 자금이 몰려오고, 스타크래프트란 PC게임 하나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2만개 이상의 게임방을 만들어 놓았다. 게임만 가르치는 학교가 생겨나고, 게임을 잘 하면 대학도 가고, 프로게이머가 TV에 등장하고, 년간 게임 수출액이 1억달러를 초과한다니 가히 놀랄 일이다. 게임 하나만 잘 만들면 수십 만대의 자동차 판매보다 수익성이 좋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앞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게임업에 관련된 온갖 규제를 풀어 나가겠다고 약속한다. 진입은 자유롭게, 경쟁은 공정하게, 사후관리는 엄격하게 한다는 정부 방침은 모두가 바라는 바다.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서 판매업자의 등록의무 조항을 삭제하고, 오락실의 개업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수입추천제를 폐지하고, 게임제작지원을 늘리는 등 수많은 지원책이 나오고 있다. 국산 게임의 해외전시회 참가지원, 게임제작에 대한 사전지원제도, 게임벤처사업 창업 지원제도 등 게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국내 게임제작자들에게 지원되는 재정적인 규모만 봐도 우리정부의 게임에 대한 인식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내부의 변화다. 올해는 게임을 사랑하는 제작업자, 배급업자, 판매업자, 출판관련업자, 게임 마니아등 모든 게임인들이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각오로 출발해야 할 때다. 우리 모든 게임인들이 미래의 새로운 국가 산업의 선도자이고 이 땅에 게임이라는 신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선구자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인식으로 상호존중과 상부상조를 실천하고 분열보다는 단결로 매사를 처리하며 소아를 버리고 게임산업전체에 대한 손익으로 판단되는 대아를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우리 내부의 의식개혁과 외부의 지원이 접목돼야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다시는 소아에 집착해 우리끼리의 경쟁으로 게임 라이선스 금액만 올려놓는 우
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변 환경과 지원세력은 출전준비를 끝냈는데 우리 내부의 결속과 노력이 부족해 대사를 그르친다면 다음에는 어디에서도 구원의 손길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