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와 「브라운」.
면도기와 커피메이커로 세계를 주름잡는 소형가전 글로벌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는 수십년 동안 일관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온 덕분에 이제는 이름값만도 수백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평이다.
이제는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가 팔리는 시대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국내 소형가전 업체도 이러한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브랜드 이미지 높이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내부적으로 독자 브랜드에 대한 정리가 덜 된 곳도 적지 않다. 구태의연한 「00전자」라는 이름을 브랜드로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데 소극적인 업체가 대부분인 것이 국내 소형가전 업계의 현실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소형가전 브랜드는 성광전자의 「쿠쿠(Cuckoo)」, 오성사의 「웰즈(Wells)」, 카이젤의 「카이젤(Kaiser)」, 유닉스전자의 「유닉스(Unix)」, 부방테크론의 「리빙테크(Livingtech)」, 르비앙전자의 「르비앙(Rebiang)」 등 손에 꼽을 정도이고 이들 이름조차도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소형가전 업체의 브랜드 전략은 첫번째로 인지도 높이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브랜드 알리기 노력은 우선 눈에 띄게 늘어난 광고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전기압력밥솥 전문업체인 성광전자는 TV광고에 수억원을 쏟아부어 「쿠쿠」라는 브랜드를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유명 아나운서 L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쿠쿠밥솥 광고는 지난 98년 후반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해 성광의 매출확대에 제트엔진 역할을 했다.
이러한 브랜드 알리기 노력에 힘입어 성광전자는 올 1·4분기 전기밥솥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소형가전 품목 중 판매액이나 판매대수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밥솥에서 중소기업이 삼성과 LG의 브랜드 파워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또 가정용 제빵기로 쇼핑채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카이젤의 경우 올 한 해 동안 6억여원을 광고판촉비로 책정했다. 카이젤은 라디오 광고와 협찬 및 케이블 쇼핑 채널을 통해 「카이젤」이라는 브랜드의 저변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밖에 선풍기·토스터·가습기 등을 생산하는 오성사도 라디오와 여성지 광고 등을 본격화할 계획이고 헤어드라이어 등 이미용기기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유닉스전자도 전문 광고대행사를 통해 기업이미지 광고를 준비중이다.
소형가전 업체가 인지도 제고에 못지 않게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중소기업 제품=싸구려」라는 뿌리 깊은 인식을 걷어내기 위한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 작업. 소형가전 업체는 이미지 고급화를 위해 전문 디자인 업체와 제휴를 맺고 디자인을 혁신하는 한편 부품표준화와 신속한 AS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카이젤은 삼성전자의 소형가전제품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는 퓨전디자인에 전제품의 디자인을 의뢰했으며 오성사는 신생 디자인 업체 UID와 손잡았다. 또 유닉스전자도 디자인 외주제작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업체들은 이들 디자인 전문회사와 손잡고 미려한 디자인·세련된 컬러는 물론 UV코팅과 산뜻한 재질 등을 사용, 고급 이미지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카이젤과 성광전자 등은 부품표준화와 물류전산화를 통해 신속한 AS체제를 마련,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파세코와 부방테크론도 디자인과 광고에 대한 예산을 20∼30% 이상 늘려 잡았다.
소형가전 업체는 브랜드 전략의 수립과 추진 등이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광고는 광고대행사가, 디자인은 전문디자인 업체가, 유통은 유통전문가가 각각 맡도록 하고 제조업체는 전체적인 틀을 조율해 한 목소리가 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인 판단은 품질과 AS에서 결정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